[홍춘욱의 머니무브] 레버리지 투자를 해도 되는 자산, 안되는 자산

입력 2021-04-20 05:00

EAR리서치 대표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의 패닉 사태 때를 돌이켜 보면, 왜 그렇게 주가가 급락했는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기업실적 악화에 대한 공포,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주식 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 주원인임에 분명하지만 레버지리 투자자의 청산 이슈도 심각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레버리지 투자란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어떤 투자자 A가 원금 1000만 원에 4000만 원을 빌려 총 5000만 원을 투자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물론 돈을 빌리면 이에 따르는 이자비용이 생기지만, 일단 이 문제는 잊은 채 이야기를 진행해 보자.

만일 주식 가격이 20% 오르는 경우 A의 투자 성과는 무려 100%에 이를 것이다. 왜냐하면 투자원금 1000만 원에 빌린 돈 4000만 원을 합쳐 총 5000만 원을 투자했으니 그의 수익금은 1000만 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조금만 성과가 나더라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주가가 빠지는 경우에는 손실이 급격히 확대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투자자 A가 보유한 종목이 단 20%만 하락해도 원금 1000만 원을 모두 날려버리게 된다. 그리고 아마 그는 자신의 손실을 복구할 기회조차 잃어버릴지 모른다. 왜냐하면 A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으로부터 반대매매 통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매매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담보 부족’ 위험에 처한 이에게 추가적인 담보를 요구하는 일을 뜻한다. 얼마 전 거대한 자금을 운용하던 한국계 큰손 빌 황이 이틀 만에 22조 원을 날려버린 것이 바로 반대매매 때문이었다. 참고로 미국은 개인투자자가 신용으로 빌린 돈의 절반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나, 헤지펀드 및 패밀리하우스 등은 이런 규제의 밖에 있었기에 빌 황은 5배 이상의 레버리지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단 반매매매가 발생하는 순간, 금융기관들이 담보로 잡은 주식을 시장가로 처분하기에 급격한 주가하락이 촉발된다.

지난해 3월 주식시장이 연쇄적으로 폭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대매매가 출현하면서 차례대로 주가가 하락하고, 주가하락이 새로운 반대매매를 촉발하는 악순환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식투자 시에, 특히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때에는 신용융자 잔고 및 반대매매의 추이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꼭 금융투자협회에 가서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한번만 검색해 보아도 손쉽게 반대매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자율의 변화에 그토록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는?

주식투자에 있어서 유의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 지표는 이자율이다. 앞의 사례에서 투자자 A는 무이자로 돈을 빌렸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않은 가정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의 신용융자 대출금리는 10% 전후에 이르는 만큼 매년 10%의 이자를 부담하는 것으로 가정해 보자.

투자자 A가 투자원금 1000만 원에 대출 받은 돈 4000만 원을 합쳐 연 15%의 수익을 내는 종목에 투자했다면 그의 투자 성과는 75%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자율 10%를 적용하면 그는 4000만 원의 차입금에 대해 400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따라서 그의 투자성과는 75%가 아니라 35%로 떨어진다. 더 나아가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입을 때에는 더 큰 문제에 봉착한다. 이자율이 0%였을 때에는 20%의 주가하락을 경험해야 반대매매의 위험에 처했지만, 이자율이 10%일 때에는 단 12%의 손실만 입더라도 청산될 수 있다. 따라서 과거 주식시장의 하락 국면이 시장이자율의 급등, 그리고 정책 당국의 레버리지 규제 강화에서 촉발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레버리지는 절대로 하면 안되는가?

이 부분에서 “레버리지를 절대 사용하면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독자들이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모든 자산을 대상으로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지난 21년 동안의 코스피 성과를 살펴보면 무려 8번이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이 중 10%가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만 세 차례에 달한다. 즉 한국 주식은 대단히 변동성이 크고, 특히 마이너스 수익의 가능성이 높기에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반면 한국의 부동산은 주식에 비해 덜 위험하다. 2000년 이후 서울 아파트의 수익률은 연 평균 5.9%에 달하는 반면, 마이너스 성과를 기록한 것은 단 네 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2013년에도 단 3.8% 하락에 그쳤다. 물론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일부 투자자들처럼 ‘영끌’하면 청산의 위험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가 강한 편에 속하기에, 규제 범위 내에서의 레버리지는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해 보자면, 한국 주식시장은 매우 변동성이 크기에 레버리지 투자를 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대매매가 급격히 확대되고 이자율마저 상승할 때에는 자신의 투자 포지션이 안전한지를 점검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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