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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한 토막] 발소리와 발자국

입력 2021-04-09 05:00

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쿵쾅쿵쾅” “쿵쿵” “꿍꽝꿍꽝”

처음에는 주말 낮에만 소음이 들려왔다. 그러다가 평일에도, 늦은 밤에도 쿵쿵거리는 소리가 잦아졌다. 주말에만 손자를 돌봐주던 윗집 노부부가 아들 내외의 부탁으로 매일 보살피게 되면서 소음이 심해진 것이다. 집 안팎을 가리지 않고 뛰놀고 싶은 게 어린아이들이니 참고 견디려고 했지만, 결국 이사로 그 소음에서 벗어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 밖보다는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요사이 뉴스에 이웃주민 간 다툼의 주범으로 층간소음 문제가 심심찮게 나온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광고란에는 호소글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쿵쿵거리며 걷는 발자국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내는 발자국 소리가 온 신경을 곤두세우게 해요.” 충분히 공감이 가는 하소연이다. 그런데 ‘발자국 소리’가 마음에 걸린다. 시나 노래말 등에서 ‘발자국 소리’라는 말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이는 바른 표현이 아니다.

발자국은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을 의미한다. “범인의 발자국을 찾았다”처럼 발자국에는 소리가 없다. 발을 딛고 난 뒤의 흔적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발자국에 소리를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언어학자는 언중이 단어 관계보다는 어구 형태로 기억해 잘못된 표현을 쓰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발자국 소리’만큼 잘못 쓰는 표현 중에 ‘발자욱’도 있다. 시와 같은 문학 작품에서 맞춤법에는 어긋나지만 시적 효과를 위해 비표준어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발자욱이 대표적인 시적 허용 표현인 것이다. 발자욱은 비표준어이므로 일상에서는 틀린 표현이다.

그렇다면 바른 표현은 무엇일까? ‘발소리’라고 해야 맞다. 발을 옮겨 디딜 때 발이 바닥에 닿아 나는 소리를 뜻한다. “눈 녹은 길을 저벅저벅 걷는 아이의 발소리가 들린다”와 같이 쓸 수 있다. ‘발걸음 소리’ 또한 쓸 수 있는 표현이다. 발걸음은 발을 옮겨서 걷는 동작을 뜻하는 말이므로 모양뿐 아니라 움직임도 포함한다. “발걸음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지” “쿵쿵 내딛는 발걸음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처럼 둘 다 쓸 수 있다.

아이들이 밖에서 마음껏 쿵쾅쿵쾅 발소리를 내며 달릴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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