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증시 호황을 막는 빈곤한 증권사 시스템

입력 2021-04-07 06:00 수정 2021-04-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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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자본시장부 차장

지난해부터 새내기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청약일에는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오를 정도인데 이는 증시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반복되는 일도 있다. 바로 증권사들의 주식거래시스템인 HTS·MTS 먹통 사태다. 지난달 19일 상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 첫날 상한가로 거래를 마치자 많은 투자자들이 둘째날 차익실현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한 증권사의 MTS가 접속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같은 일은 처음이 아니다.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외 증시 유동성이 급격하게 늘자 당시 국내 주요 증권사의 HTS와 MTS가 여러 차례 장애가 발생하고 해결되기를 반복했다.

공모주 청약 열풍으로 주식투자 고객뿐만 아니라 공모주 청약 고객까지 몰리자 접속 장애가 더욱 빈번해졌다. 지난해 9월 초 진행됐던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당시 주관사들의 MTS가 일시 먹통되면서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때마다 나오는 증권사들의 해명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 지금은 해결됐다’며 똑같은 대답을 내놓을 뿐이다.

그럼에도 일반 투자자들이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다. 증권사 고객 센터 전화 기록이나 로그인 오류 화면을 이미지로 남기고, 비상주문을 시도한 흔적이 있어야 한다. 보통 반복적인 접속을 시도할 뿐이지 보상을 받자고 증거를 남기는 투자자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처음에는 단순 거래에만 발생하던 사고가 유가 해외선물옵션 오류, 테슬라 주식 자동 매도 사고 등 다양한 방면으로 오히려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때마다 증권사들은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말 그대로 공염불에 불과한 형편이다.

지난해 동학개미들의 대거 증시 입성으로 IB 등의 부진에도 증권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자랑을 늘어놨지만 시스템 개선은 뒷전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 증권사 전산시스템을 맡고 있는 한 담당자는 기자에게 “매일매일 시스템 한계의 마지노선을 넘나드는 형편이지만 투자는 미비하고 지금부터 개선에 나선다고 해도 최소 수개월이 걸리는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은 또 언제 멈춰설지 모른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나마 대형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시스템 확장과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이르면 하반기에나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일어나는 사고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달에도 예상 기업가치가 최대 7조5000억 원에 달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일반 공모 청약이 예정돼 있다.

국내 증시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이 70%를 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랜만에 온 증시 성황기를 놓치고 개인 투자자들이 떠나버린다면 또다시 증시는 답보상태에 머물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의 사소한 사안마다 ‘배 놔라 감 놔라’ 단속에 나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유독 이런 사고에는 뒷짐지고 남의 집 불구경하는 모양새다.

증권업계는 지금이라도 전산과 관련해 근본적인 인프라 투자를 단행해야 증시 호황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수가 반복되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다. car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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