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21년 주주총회 '10살 주주'와 '주총꾼'

입력 2021-03-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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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욱 산업부 기자

“현대차는 전동화 부문에서 타사와 비교해 어떤 강점이 있나요?”

소액주주가 질문하자 사장이 직접 설명에 나선다. 모든 과정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됐고, 전자투표도 시행됐다. 최근 지켜본 주주총회 풍경이다.

흔히 ‘주주총회’ 하면 짜인 각본이나 박수로 의안을 통과시키기 바쁜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주주 친화 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은 더 많은 소통 기회를 마련하려 노력했다.

올해 주총에서 현대차는 자동차 시장 트렌드에 관해 주주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따로 마련했다. 이전 주총에서는 없던 일이다. 그룹 씽크탱크 소장이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와 현대차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했고, 질문도 받았다. 주주들은 시도 자체를 호평했다.

한 주주는 "경영진이 직접 주주에게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고 질의응답 하는 시간을 마련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주주와 소통하려는 모습이 보여 만족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어린 주주들이 부모와 함께 주총에 참석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엄마와 함께 주총에 참석한 강모 군. 올해 10살인 강 군은 지난해 어린이날 선물로 주식을 받았다고 한다. 회사 측은 강 군에게 작은 선물을 챙겨줬고, 모자는 주총이 끝난 뒤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이만한 현장학습도 없을 듯하다.

여전히 눈살 찌푸리게 하는 모습이 재현되기도 했다. 한 기업 주총장에는 ‘주총꾼’이 몰려들어 의사 진행을 방해했다. 사업보고서를 출력해 나눠주고 모두 읽어달라거나, 의장의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끊고 소리치기도 했다. "여성은 사외이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막말을 내뱉는 이도 있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호의적인 주총꾼을 섭외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런 악습은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주총꾼들도 이제 세상 바뀐 걸 좀 알았으면 좋겠네요”. 주총이 끝난 뒤 만난 이 회사 관계자가 속상함을 토로하며 들려준 말이다.

아직도 개선할 점은 많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기업이 더 많은 소통 기회를 마련하고, 주주도 그에 걸맞은 책임감으로 임한다면 선진적인 주총 문화가 자리 잡을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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