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LH發, 금융 공기업 캠코더의 능력

입력 2021-03-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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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관치(官治) 금융은 독극물이고 발암물질이다.”

야당 시절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의 금융산업 개입을 이같이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여야 4당 대표와 만나 “공기업 낙하산·보은 인사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뒤 표변했다. 올해에 들어서만 수출입은행과 예금보험공사에서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1월 수출입은행은 신임 상임감사로 김종철 전 법무법인 새서울 변호사를 임명했다. 김 상임감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자 대선 캠프에서 법률자문역을 지냈다. 지난달 정재호 전 민주당 의원을 상임감사로 선임한 IBK기업은행도 논란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로 출마했던 박상진 전 국회사무처 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차관보급)을 신임 상임이사로 임명했다. 전임인 김영길 상임이사도 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과 수석전문위원 등을 거친 인사였다. 위성백 사장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지만,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경력이 있다. 예보는 작년 10월 이한규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실장을 감사로 선임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 보좌관, 민주당 정책위원회 예산결산수석전문위원, 정책실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이렇듯 현 정부 임기 말을 맞아 금융 공기업에는 여권과 연관된 인사들이 주요 보직을 꿰차는 인사가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3대 국책은행장을 모두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로 채웠다. 1월 신임 보험연수원장에 민병두 전 민주당 의원이 취임한 것을 필두로 각 금융협회와 금융공기업 수장, 감사, 임원 자리도 캠코더가 꿰찼다. 전직 관료와 정치인이 주요 금융기관·단체장을 싹쓸이하기는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도 금융권 낙하산의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앞으로도 정치인들의 자리싸움은 치열할 것이다. 경험과 능력이 출중한 인사라면 낙하산 논란이 대수겠나. 문제는 유관 경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리 금융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없다. 이들 중 상당수는 호시탐탐 정계 복귀를 노리며 외부 줄 대기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 업무에 뒷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산업이 정치꾼들 전리품이라는 인식 아래 툭하면 터진 대형 금융사고의 책임은 어떠했는가. 2003년 신용카드 대란, 2008년 키코 사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2013년 동양 사태, 2014년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사태는 금융산업의 권위와 위상을 땅에 떨어뜨렸다. 문재인 정부에서 터진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사태, 초법적인 키코 손실 보상요구 등도 이름과 성격은 다르지만 처리 과정과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사고 발생→감독조직 확대→ 규제 강화→ 로비 증가→사고 재발’이란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현실이다.

작금의 금융산업은 시장의 패권을 놓고 금융사와 핀테크, 빅테크 등이 합종연횡하는 혁신의 실험장이다. 금융시장 리더는 이 변화를 따라잡는 전문성은 물론이고 코로나19로 부상한 새로운 역할까지 수행해야 할 전문적인 식견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자리를 ‘자격 미달’ 낙하산 정치권 인사들이 꿰차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민간의 금융 혁신 에너지는 사라지고 우리 금융산업의 퇴보를 의미한다.

낙하산 인사가 이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같은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같은 모럴 해저드를 막아낼 공기업 내부 감시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神)도 탐낸다’는 금융 공기업 상임 감사직을 보라. 하나같이 전문성과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여권 친소(親疏) 여부만 따져 자리를 챙겨주는 식으로 채워지고 있다. 경영진을 정권이 임명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견제할 감사까지 결국엔 정권이 임명하고 있다.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되기보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로 경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금융 혁신은 뒷전으로 미루고, 제 식구 챙기기에 몰두한 행태는 부실과 방만 경영을 부추겨 금융산업의 장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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