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在韓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 “총칼보다 민주주의 빼앗기는 두려움 더 커”

입력 2021-03-18 05:00 수정 2021-04-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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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에 대한 절실함’이 항쟁의 원동력...군부 배후에 중국 있다
-국제사회 미온적 대응 아쉬워...한국, 미얀마 임시정부 인정해달라
-한국, 6.25전쟁 때 국제사회 도움으로 민주주의 쟁취했듯 우리 도와주길

“10년간의 민주 통치를 맛본 미얀마 국민은 군부의 총칼보다도 민주주의를 다시 빼앗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요. 그런데도 군경은 사격훈련을 하듯이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하고 있어요. UN(유엔)은 성명서만 낼 것이 아니라 서둘러 평화유지군을 보내 미얀마인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16일 이투데이와 만난 미얀마 출신 인권 활동가 소모뚜(46)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공동 대표의 호소는 절박했다. 그는 현재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학살이나 다름없는 군부의 탄압에 국제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는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공동대표 소모뚜 씨가 16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미얀마 민주화 시위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얀마는 총칼보다는 민주주의를 빼앗기는 두려움이 더 크다”며 유엔군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는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공동대표 소모뚜 씨가 16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앞서 미얀마 민주화 시위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미얀마는 총칼보다는 민주주의를 빼앗기는 두려움이 더 크다”며 유엔군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무력 진압과 계엄령에도 항쟁 이어져…“죽을 때까지 쏴라” 명령도

소모뚜 대표는 현재 파업 등의 형태로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는 현지 미얀마 공무원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활동으로 인해 최근 미얀마 군부에 공개 수배된 그는 “공무원들이 일을 안 하면 나라가 마비된다. 나라가 마비되면 군부도 정부의 역할을 못할 것”이라며 “생계비는 우리가 책임질 테니 공무원들은 투쟁을 열심히 해서 군부에 저항해달라”고 호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3억 원 가량의 후원금을 모아 전달했다고 한다.

최근 미얀마 현지 상황을 묻자, 그는 “시민들이 군부의 잇따른 무력 진압과 계엄령에도 기습시위를 벌이며 항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모뚜 대표는 “지금의 군경은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게 목표가 아니라 국민을 살해하는 것이 목표가 돼버렸다”며 “상급자로부터 ‘무조건 죽을 때까지 쏴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엔 시민들도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를 들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다고도 했다.

▲소모뚜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6.25 전쟁 때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듯 한국도 미얀마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소모뚜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6.25 전쟁 때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듯 한국도 미얀마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민주주의에 대한 절실함’이 원동력…군부 배후에 중국 있어

소모뚜 대표는 항쟁의 원동력은 ‘민주주의에 대한 절박함’에 있다고 봤다. 그는 “미얀마 국민은 10년간 문민정부를 통해 민주주의를 맛봤고 이를 군부에 다시 빼앗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며 “만약 지금 총칼을 두려워한다면 후세에 무서운 세상을 남긴 죄인이 될 것으로 생각해 거리로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군부의 안하무인격 태도의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모뚜 대표는 “중국은 오랫동안 미얀마 군부를 지원한 나라다. 군부는 천연가스, 티크, 보석 등 미얀마의 자원을 중국에 싼값으로 제공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은 무기를 지원해왔다”며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경제적 제재를 해도 효과가 없는 이유는 사실상 중국이 군부의 배후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이투데이빌딩 라운지에서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공동대표 소모뚜 씨가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16일 오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이투데이빌딩 라운지에서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공동대표 소모뚜 씨가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유엔 미온적 대응 아쉬워…평화유지군 개입해야

소모뚜 대표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미온적 대응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국제규범상 특정 국가가 반인륜 범죄 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유엔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인 ‘R2P’를 언급하면서 “비무장 시위대를 총으로 쏴 죽이고 있는데 정작 유엔은 성명서 따위나 내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어 “유엔의 평화유지군이 서둘러 개입해야 한다”며 “이번 미얀마 사태에 유엔이 우려만 표한다면 민주주의를 꿈꾸는 다른 나라에도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정부를 향해 적극적인 개입과 미얀마 임시정부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를 공식 인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얀마 군정에 맞서는 시위대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들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한국이 6·25 전쟁 당시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했듯이, 한국도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유혈 쿠데타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200명에 육박한다. 군부는 이에 저항하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고, 관련 인사들을 구금하는 등 일각에서는 내전 발발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기 위해 지난달 1일 재한 미얀마인과 한국 시민단체들이 결성한 단체다. 이들은 시민불복종운동(CDM)에 동참한 미얀마 공무원들에게 후원금을 모아 전달하는 등 미얀마의 민주화 투쟁을 지원하고 있다. 소모뚜 대표는 2004년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2011년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현재 국내에서 이주민 노동자들을 위한 인권 운동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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