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의원들은 땅이 다 있구나

입력 2021-03-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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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정치팀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 의혹 사태가 정치권으로 번진 상황에서 마음 편한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될까.

300명 국회의원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토지, 건물 등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생각보다 많았다. 경기도만 해도 가족 포함해서 땅, 건물을 가지고 있는 의원은 100명이 넘었다. 3분의 1 이상이다.

여기에 서울, 지방 보유 부동산까지 더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아니, 땅 없는 의원들이 거의 없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모호한 경계선이 생긴다. 의원들이 보유한 땅, 건물 중 신도시 등 개발 호재와 관련이 있으면 어김없이 언론의 ‘투기성 의혹’ 질타를 받고 있다.

그런데 투기 의혹을 제기하자니 2% 부족하고 그렇다고 잘했다고 할 수는 없는 애매한 상황들도 많다. 또 가까스로 비껴갔거나, 요리조리 피해간 의원들도 있다. 이를테면 분명히 투기성으로 보이지만 매입 시점이 아주 오래전이라든지, 문제의 부동산을 직전에 팔았다든지 등의 경우다.

야권의 A 의원은 누가 봐도 부동산 부자다. A 의원이 보유한 경기도의 한 임야는 ‘00도시개발구역’ 구간 바로 옆에 있다. 이 일대는 뉴타운 지정 후 십수 년간 개발이 진행돼 온 곳이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하철 노선 개통도 예정돼 있어 지금도 관심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다만, 취득 시점이 걸린다. 너무 오래전 매입한 땅이다. 여기서 물음표가 하나 생긴다. 5년 전 투기성 매입은 문제되고 10~20년 전이면 괜찮을까?

민주당 소속 B 의원은 지역구이자 현재 경기도에서 핫한 지역이기도 한 곳에 2019년 기준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여의도 면적 2배 규모에 달하는 신도시가 조성됐으며, 국내 한 종합대학교 연구단지, 대기업 연구개발(R&D) 센터 등도 대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신규 철도역, 지하철역도 수년 내 개통된다. 경기도의 대표적 교통, 교육의 요충지이자 개발 축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셈이다.

B 의원이 보유한 아파트 중 한 채(a)는 개발구역 내에 있으며 2015년 준공됐다. B 의원은 당시 분양권을 손에 넣었다. 또 다른 아파트(b)는 구역 밖에 있지만 인접해 있다. 다만, b의 경우 보유자 명단을 확인해 보니 B 의원이 최근에 판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면 문제 삼을 수 있다. 지역구 의원인 만큼 한 채는 거주용이라 해도, 나머지 한 채는 투기인 셈이다.

민주당 C 의원은 지역구에 과거 뉴타운 조성 직후 사들인 주택을 10년째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주택은 수년째 빈집이며 C 의원은 같은 지역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다주택자도 아니요, 전세살이 의원이지만 주택은 투기 목적으로 산 것으로 보인다. C 의원은 과거 뉴타운 지정 직후 해당 주택을 사들였고, 이후 총선에서 ‘뉴타운 재개발 후속대책’을 공약으로 내걸며 해당 지역구 정치권 입성에도 성공했다.

이쯤 되니 기자도 혼란스럽다. 어떤 정황을 투기성 의혹으로 봐야 할지, 투기성 의혹이라 해도 어디까지 개발 호재성 정보와 관련이 있는지 말이다. 또 개발 호재가 명확한 지역에 땅을 매입했다고 하더라도 너무 오래전 일이면 넘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판단이 쉽지 않다. 국회의원 상당수가 땅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경우는 용서가 되고, 어떤 건 지탄을 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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