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AI vs 인간, 그 과도한 오해와 맹신

입력 2021-03-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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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인공지능(AI)은 요즘 언론 및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이다. 무엇이든지 AI를 거론하면 대화가 4차 산업혁명으로 진화하며 AI를 활용하여 분석하면 가장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2020년 국내 일자리의 50%가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담긴 연구 보고서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올 초 SBS에서는 ‘AI 대 인간’이라는 신년특집 기획방송을 통해 주식투자, 범인 찾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 고수와 AI의 대결을 성사시키며 미래 AI 시대의 의미를 시청자에게 되물었다. 이미 방송뿐만 아니라 다수의 기업에서도 AI를 통해 면접 지원자의 의지 및 진실 등을 채용 전형에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다만, AI의 필요성을 인정하되 모든 분야에서 AI가 최적화된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는 맹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AI라는 말은 최신 용어이지만 해당 용어는 지금으로부터 65년 전,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콘퍼런스에서 ‘모든 지능을 정확히 묘사하고 기계가 모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언급과 함께 처음 등장했다.

AI는 기본적으로 기계 학습을 기반으로 더 깊은 탐구와 분석이 가능하기에 사람보다 정보처리 능력, 즉 정보 기억력, 계산 능력, 분석적 사고력이 월등히 뛰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AI는 인간만이 지닌 공감능력, 창의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을 뛰어넘을 수 없기에 데이터로 대변되는 과학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인간의 감정 표현은 여전히 복합적이고 다양한 기호에 의해서 작동되기에 미세한 눈의 떨림이나 얼굴 표정의 움직임만으로 그 사람의 마음 속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 신년특집 방송에서 AI가 사람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해서 그 사람의 진실성, 감정 상태를 인간보다 더 빨리 포착할 수 있다고 하는 건 타당성이 부족한 얘기이다.

AI가 설렘에서 오는 불안과 범죄에서 오는 불안을 구분할 수 있다고 얘기했으나, 이미 2014년 국제학술지 ‘이모션(Emotion)’에는 표정 변화나 말의 속도를 통해 말하는 이의 감정 상태, 진실 여부를 판단하는 건 신뢰도가 전혀 없다는 논문이 게재되었다. 현존하는 거짓말 테스트가 100% 신뢰를 보장한다는 연구 역시 어디에도 없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할 때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말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지만, 누군가는 진실을 말할 때에도 긴장과 불안한 표정을 짓기에 이를 프로파일러나 AI, 고도의 면접관이 포착할 수 없다는 것이 다수의 심리학 연구가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런데도 AI를 면접에 활용하여 지원자의 진실 여부를 판단한다면 그 자체가 비과학적이다.

앞서 말했듯이 AI가 설렘에서 오는 불안, 거짓말에서 비롯된 불안을 구분할 수 있다고 개발자들은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계에서 이를 명확히 증명할 수 있다는 결과를 제시한 논문은 없다. 사람의 감정과 마음, 의지는 공감과 심리의 영역이기에 AI로 과학적 분석 방법을 통해 이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AI에 대한 맹신이다. 창의적 비판적 사고력 역시 알고리즘에 의해 결과를 도출하는 AI가 극복할 수 없는 영역으로 손꼽힌다. 역설적으로 현재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핵심 인재의 요건은 창의적 비판적 사고력과 함께 타인과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AI가 정복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AI로 측정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결국 AI에 대한 과도한 오해와 맹신은 인간을 기계처럼 측정할 수 있고 인간의 마음을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논리로 확대되어 인간의 로봇화를 초래한다.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모든 인간이 로봇처럼 취급받는 시대는 어차피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우리가 AI의 능력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품고 인간 고유의 역량까지 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자성(自省)할 필요가 있다.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AI 만능주의는 무지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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