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궁금하다면

입력 2021-02-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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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정치경제부 부장

권좌의 새 주인을 다투는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벚꽃이 뽐내는 시간 동안 세상의 시선은 온통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 쏠릴 테다. 그리고 그 열기는 곧바로 대통령 선거전으로 이어져 전국을 달구게 된다. 뜨는 해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호하다. 후보의 윤곽조차 손에 잡히지 않는 야권은 말할 것도 없고, 잠룡들이 여럿 꿈틀대는 여권에서도 장담은 쉽지 않다.

지는 해인 문재인 대통령도 쉬 빛을 거둘 것 같지는 않다. 수습 불가능한 대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콘크리트 지지층은 문 대통령이 퇴임하는 날까지 호위무사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레임덕 없이 환호 속에 청와대 여민관을 나서는 대통령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물론 굳이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바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30%대까지 떨어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주로 거론한다. 하지만 레임덕은 단순히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냉큼 찾아올 만큼 몸가짐이 가벼운 존재가 아니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레임덕의 조건으로 몇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물론 지지율 하락이다. 유권자에게 외면당한 정치인은 이미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니 권력 누수 정도가 아니라 권력 고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겐 ‘고인물’이 30%도 넘게 남았다. 임기 말에 굳이 더 채우려 애쓸 이유도 별로 없어 보인다.

두 번째 레임덕 징후는 측근과 친인척 비리가 봇물 터지듯 불거져 나오는 상황이다. 측근·친인척 스스로 몸가짐이 흐트러지거나 청와대의 대통령 주변 관리가 한계에 이르면 최고 권력도 마침내 발밑이 패어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둘러싼 둑에서 물이 샌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야권에서 목청껏 외치는 ‘권력형 비리’가 시큰둥한 여론에 묻혀 머쓱해지는 모습이 여럿 보일 뿐이다.

그럼 문 대통령은 레임덕 위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일까. 그렇다고 자신하기에는 불안해 보이는 요소들도 보인다. 특히 ‘내부의 적’이 자주 그림자를 드러낸다. ‘내부의 적’은 다름 아닌 여당, 즉 더불어민주당이다.

레임덕이 찾아오면 대통령의 위상이 추락하기 시작한다. 소위 ‘영(令)이 안 서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맞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보고 있자면 문 대통령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검투사가 연상된다.

180석의 막강한 의회 권력을 앞세운 민주당은 이미 수차례 홍 부총리를 굴복시키는 방식으로 대통령의 뜻을 꺾으려고 시도했다. 대주주 요건 완화, 재난지원금 지급방식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다른 목소리를 냈고, 그럴 때마다 “홍남기 퇴진”을 외쳤다. 물론 당정청이 조율에 나서고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에게 힘을 싣는 발언을 하는 방식으로 파국은 면해왔다.

하지만 야당도 아닌 여당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경제부총리에게 “나가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나가라”는 과연 홍 부총리에게만 하는 말일까. 게다가 퇴진 압박의 반복 주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3년 넘게 남은 의회 권력과 잔여임기가 1년 남짓에 불과한 대통령의 대리인이 계속 부딪힌다면 시간이 갈수록 판세가 어떻게 달라질지 짐작해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레임덕이 궁금하다면 홍 부총리를 보면 될 일이 아닐까 싶다.

문 대통령의 권력 강도를 짐작해볼 수 있는 또 다른 가늠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당 대선 예비주자들의 행보다. 현재는 차기 대권을 거머쥐려면 우선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문 대통령의 ‘윤허’를 얻어야 하고, 문 대통령 편에 서야 한다. 하지만 레임덕이 찾아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차기 주자들은 문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 시작할 것이고, 곧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며, 그것도 모자란다 싶으면 문 대통령 등에 칼을 찔러 넣으려 들 수도 있다.

아직 여권의 대선 예비주자들은 미리 짠 것처럼 하나같이 ‘문재인 시즌2’를 펼칠 기세다. 레임덕이 없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다르다”고 외치는 이가 등장했다면 신호탄이 오른 것으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대권을 꿈꾸는 어느 선출직 정치인이 내놓은 복지정책을 두고 요즘 친문이냐 비문이냐가 논란이 되고 있다. 당사자는 앞말에선 친문이지만 뒷말을 흐린다. 어찌 보면 직업이 정치가 아니라 선거라 해도 꼭 틀린 말은 아닌 선출직 공무원은 유불리에 따라 곧 뒷말까지 명확히 하거나 앞말을 뒤집을 것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레임덕이 궁금하다면 입을 지켜봐야 할 또 하나의 무리, 바로 여권 잠룡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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