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융의 스포츠마케팅, 손익계산에 역풍

입력 2021-02-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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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금융은 신뢰가 중요한 업종이다. 한 번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금융회사들이 평판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쓰는 이유다. 이에 스포츠 마케팅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금융회사들의 요구를 가장 빠르게 충족하는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경쟁적으로 스포츠 선수와 대회를 후원해 자사 브랜드를 노출하기 위한 경영 전략을 펼쳤다. 심심치 않게 선수단 활약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제고, 직원 사기 진작, 매출 확장 등 유무형의 파급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최근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프로배구 선수들의 잇단 학교폭력(학폭) 과거가 불거지면서 구단주인 금융회사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팬들의 충격과 배구계의 위기감으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지만, 구단주의 미온적인 태도와 가해 사실이 확인된 선수들을 옹호하는 태도로 이슈의 중심에 서고 있다. 흥국생명과 OK금융그룹 소속 선수들은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던 중 흥국생명은 해당 선수 징계에 대해 “두 선수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징계라는 것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됐을 때 내려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당장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대세 여론은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몰아붙였다. 흥국생명은 논란이 확산되자 15일 뒤늦게 이들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정지를 결정했다.

OK금융그룹 역시 미흡한 후속 조치로 비난을 받고 있다. 13일 새벽 한 피해자는 두 선수의 학폭으로 급소를 맞아 고환 봉합 수술을 받는 등의 고통을 입었다고 폭로했다. OK금융그룹은 사과문을 냈지만 학폭을 ‘부적절한 충돌’로 표현하고, 당시 수술치료 지원과 사과를 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모든 수술비는 학교에서 지원됐고, 가해자 부모로부터 150만 원의 통원치료비를 받았던 게 전부라고 반박했다. 어찌 보면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듯싶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려스러운 것은 추가 폭로와 증언으로 인한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또 다른 종목의 선수, 다른 구단으로 연쇄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 현재 프로배구와 여자 농구계는 금융회사들이 쉽고 빠르게 브랜드 이미지를 키우는 최적의 무대다.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상 프로스포츠단을 계열사로 편입할 수 없기에 운영과 위탁을 협회에 맡기는 이들 종목에 집중했다. 여자 프로농구 리그에는 하나원큐(하나은행)를 비롯해, KB스타즈(KB금융그룹), 우리은행, 신한은행, BNK 썸(BNK), 삼성생명 등 6팀의 구단주가 금융회사다. 남자 프로배구에선 KB손해보험, OK금융그룹, 우리카드,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등 다섯 팀, 여자 프로배구계엔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이 구단주다.

금융회사들은 관행적으로 호불호가 나뉘는 연예인보다는 스포츠 종목과 스타를 대상으로 전략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스포츠에서 나오는 노력과 재능이 결합한 성공 스토리가 금융회사의 이미지 형성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연예인 관련 사건·사고 뉴스의 불안 요인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고객 유입과 로열티 강화 효과는 덤이다.

하지만 이번 학폭 선수 징계를 놓고 주저하는 태도에서 금융회사 특유의 손익계산법이 읽혀 씁쓸하다. 거액의 연봉 등 투자금이 지급된 상황에서 손절매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마케팅 효과를 위해 매년 적자에도 불구하고 수십억 원을 써가며 구단을 운영하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금융회사에는 소비자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도덕적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들은 이번 사태를 놓고 인권과 공정성을 요구하고 있다. 마케팅을 위해 스타 선수들의 징계에 머뭇댄다면 변화를 멀리하고 구태로 돌아가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 구단주의 어정쩡한 대응력이 더 큰 역풍을 부를 수 있다.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안에서는 손익계산법을 내려놓아야 한다. ac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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