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터 된 지하철②] "안전 지키는 보안관? 소송당하지 않으면 다행"

입력 2021-02-17 05:00 수정 2021-02-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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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보안관 폭행 피해 건수 2019년부터 다시 증가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 2명이 퇴근 시간 취객(가운데)을 상대하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 2명이 퇴근 시간 취객(가운데)을 상대하고 있다. (홍인석 기자 mystic@)

지하철과 관련한 각종 분쟁과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안전과 질서가 무엇보다 중요해졌지만 현장을 책임지는 '지하철 보안관'들 사이에서는 "일하면 손해"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2011년 9월 도입한 지하철 보안관은 지하철 내 안전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16일 현재 서울교통공사에 근무하는 지하철 보안관은 약 300명이다. 포교나 이동 상인 등을 단속하고 성범죄를 예방한다. 최근에는 마스크 미착용자도 적발하는 등 지하철 안전을 책임진다.

문제는 사법권이 없어 지하철 보안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에게 과태료를 물릴 수 없을 뿐 아니라 폭력을 행사해도 무력으로 제압할 수 없다. 현행범을 발견하면 체포해 경찰에 인계하면 되지만 이 과정에서 폭행을 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지하철 보안관 폭행 피해 건수는 86건으로 집계됐다. 2016년 28건이던 폭행 피해 건수는 2018년 4건으로 줄었지만 2019년 15건으로 증가한 데 이어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26건으로 증가했다. 마스크 착용 등과 관련해 갈등이 생기면서 피해 건수도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하철 보안관은 물론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현장에서 적극적인 개입을 꺼린다. 서울교통공사 직원의 합법적인 조처에 일부 시민은 민원이나 소송으로 앙갚음하기도 한다.

지하철 보안관 김모 씨는 "이동 상인이나 마스크 미착용 승객 중 단속을 당한 뒤 민원을 넣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할 일을 하고도 보람은커녕 전전긍긍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지하철 보안관들은 취객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곤혹스럽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취객을 지하철 밖으로 옮겼다가 성추행이나 폭행으로 소송을 거는 일이 허다하다. 주먹을 휘두르는 취객도 많지만 물리력을 행사했다가 소송이나 민원이 들어오면 근무지가 바뀌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지하철 보안관 이모 씨는 "열심히 일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법권이 없으니 승객 간에 싸움이 벌어지면 잘잘못을 가릴 수도 없다"며 "적당히 일이 커지지 않게 무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도 이러한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에도 '도시철도운영기관 임직원 사법권 추진'과 관련해 법률 개정을 법무부, 국토교통부 등에 건의했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더욱 안전한 지하철을 위해서는 사법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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