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격경영으로 불황 이겨낸다

입력 2008-12-10 10:34 수정 2008-12-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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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공격경영으로 불황 이겨낸다

모두를 우울하게 하는 불황의 시대다. 연초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전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흔들렸던 실물경기가 하반기 들어 더욱 위축되면서 산업계 전반이 침체 분위기다. 특히 실물경기 침체가 내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들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신규 투자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등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며 방어적 자세로 '살아남기'에만 급급하지 않고 적극적 자세로 불황을 돌파하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불황을 기회로 받아들인다. 20세기 대한민국의 최대 위기였던 IMF 외환위기 때는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부실 기업들이 퇴출되고 대부분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때 오히려 공격적 투자를 했던 몇몇 기업들이 지금 산업계의 지도까지 바꿔놓을만큼 성장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재도약하려는 우리 기업들의 모습을 이투데이가 살펴봤다. <편집자 주>

"어려울수록 공격경영을 통해 승부한다."

많은 기업들이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감량경영을 추진하는 것과는 다르게 인수합병(M&A), 신규사업 확대 등 '공격 경영'에 나선 기업들이 있다.

'쥐어짜기 경영'이 훨씬 우세한 현재 국내 산업계 분위기 속에서 이 같은 '공격 경영'은 앞으로 경기가 불황에서 벗어나 호전되고 수요가 늘어났을 때 지금 투자를 주저했던 경쟁기업보다 더 큰 성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설비·공장 신축 등 신규투자 확대

공격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내년 중 6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최근 이런 계획을 밝히고 "내년에는 모두 다 어렵겠지만 불황기에도 장기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제품 고부가가치화를 계속하면서 내년 국내투자도 예정됐던 6조원을 그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포스코의 국내 투자규모가 5조원을 밑돌았음을 감안하면 파격적 행보다.

포스코가 공격경영에 나선 것은 과거 불황기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성장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2차 오일쇼크 직후인 1982~1985년 세계 철강업계를 휩쓴 '철강 불황기'에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 철강업계의 '거물'로 성장했다.

현대모비스도 최근 하이브리드카 부품 사업 진출을 천명했다. 동시에 구동모터와 통합패키지모듈(IPM) 등 하이브리드카 핵심부품 양산 준비에도 돌입했다. 현대모비스는 오는 2012년까지 하이브리드카 부품 개발에만 100억여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SK케미칼은 지난 달 25일 충북 청주지방산업단지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천연물 원료의약품 생산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오는 2009년 12월 완공되는 이 공장은 생산규모만 국내 최대규모인 50t에 달하며 2010년6월부터 본격적인 엑기스 생산에 들어간다.

현대오일뱅크는 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고도화설비 확충을 추진 중이다. 하루 평균 6만6000배럴 규모의 중질유탈황시설(ARDS)과 5만2000배럴 규모의 중질유 분해시설(RFCC) 등 2개 공장을 오는 2011년까지 짓는 게 핵심이다.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시설 투자뿐 아니라 공격적 투자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들도 있다.

올해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이중고를 겪었던 대한항공은 국제선 재취항과 신규 취항을 늘리며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 밀라노 노선을 취항하고 내년엔 그리스 아테네 노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터키, 이스탄불, 로마, 마드리드, 카이로 등을 취항하고 있어 내년 지중해에 새로운 항로 네트워크를 완성할 수 있다고 대한항공 측은 설명했다.

여기에 추가로 상파울루 노선을 6년8개월 만에 재취항했다. 미국 노선에서도 기존에 중단했던 인천-라스베이거스 노선의 운항을 12월부터 재개하고 주 3회 항공기를 투입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불황기엔 다른 나라 항공사들의 운항 취소 등으로 '알짜 노선'을 따내기가 호황기보다 쉽고 당장은 적자여도 2~3년 정도 지나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현장경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역시 틈새시장 개척을 위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 회현동 신세계 본점 인근의 지하 9층, 지상 12층 규모의 남대문 메사 타워를 1300억원에 사들인 신세계는 내년 중 1조원 이상을 투자해 부산 센텀시티점과 의정부역사점 등을 오픈하고, 이마트 점포를 국내와 중국에서 25개 정도 늘릴 방침이다.

대두분 기업들이 해외사업 규모를 줄이고 대규모 투자를 중단하는 시점에 오히려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중동 카타르에 이어 중국에도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자싱(嘉興)에 에틸렌옥사이드(EO) 유도품 설비를 건설하기로 하고 현지 기업인 자싱삼강화공과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이다.

전체 투자금액이 1500억원을 상회하는 가운데 호남석화는 이번 프로젝트에 약 5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석화 관계자는 "향후 중국 수요 증가를 감안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역시 올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점포를 잇달아 늘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해외 점포는 모스크바점에 이어 2개로 늘었고 롯데마트는 지난해 12월 인수한 중국 마크로 8개 점포를 합쳐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해외 점포를 27개나 확보했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톈진을 비롯한 중국 주요 도시는 물론 베트남 러시아 인도 등에도 추가 출점을 추진 중이며 롯데마트도 12월 중 베트남에 1호점을 개점하는 등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연구개발(R&D)만이 살 길"

한편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은 향후 다가올 성장의 기회를 잡는 데는 연구개발(R&D) 능력이 크게 좌우한다고 판단, R&D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전자는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애초 500명으로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2배 늘어난 1000명으로 결정했다. 늘어난 500명은 대부분 R&D 인력으로 휴대폰 사업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도 경제 위기에 따른 경영효율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R&D 투자와 인력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 내년 R&D 투자를 10% 정도 늘려 잡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최근 "삼성은 생산비용 때문에 라인 등에 대해 전략적 고민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R&D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1조1500억여 원에 달하지만 R&D 투자는 지난해 전체 투자액(4995억원)을 넘었을 정도다.

올 연말까지 올해 연간 매출액 중 10%가량을 R&D 투자로 사용하고 현재 2800여명인 연구소 인력도 2012년까지 전체 직원 중 20%인 3600여명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기업들은 경기가 안 좋으면 연구개발처럼 돈을 못버는 조직을 정리하고 싶어한다"며 "그 유혹에 빠지는 순간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 상무는 "핵심기능을 정리하면 기업능력이 떨어지고 당장 살아남아도 장기적으로는 어렵다"며 "연구개발 부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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