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변죽만 울릴 '특단의 대책'이 되지 않길

입력 2021-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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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에 역점을 뒀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집권 4년만에 나온 말이었다. 3년 6개월여간 24번의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 문재인 정부는 지난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시장 안정의 실패를 자인했다. 올 초 신년사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사과인 듯 아닌듯 한 발언을 한 데 이어 이번엔 실패를 직접 인정했다.

엇나간 진단과 정책 실기(失期) 등으로 집값이 수억원씩 뛰고나서야 나온, 늦어도 너무 늦은 송구함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시장 안정 실패의 원인을 정책이 아닌 '예년에 없던 1인 가구 증가'와 유동성에서 찾았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억지를 부리는 수석침류(漱石枕流)의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주목해야 할 건 대통령이 직접 '특단의 대책'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주택)공급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단다. 정부가 최근 대대적인 주택 공급을 작심한 듯 '기승전 공급' 신호를 보내는 중에 대통령까지 힘을 보탰다.

그런데 시장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한 풀 꺽이는 듯 하더니 지난주 무려 8년8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벼락거지로 불리는 서러움의 육박을 참지 못한 무주택자들이 패닉바잉에 대거 나선 건 아닐까 씁쓸하다.

시장은 왜 정부의 시그널을 외면할까. 정책의 시행과 효과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말했듯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서라도 찍어낼 수 있지만 집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당장 첫 대책을 내놓은들 그 집에 입주하기까진 최소 2~3년이 걸린다. 비싼 전셋값에 갈 곳 잃은 무주택자들이 기존 주택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공급 내용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특히 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안정의 실패를 1인 가구 증가에서 찾았다는 게 눈에 띈다. 이같은 진단으로 새로 나올 공급대책에서 소형 주택 공급의 파이를 키우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중산층 수요자들의 욕구와 달리 임대 공급에 치중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모든 시선이 25번째 대책에 쏠려 있다. 정부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시장의 참담한 쓴소리를 삼켜야 한다. 변죽만 울리고 핵심은 없는 특단의 대책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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