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s SK '갑론을박' 왜?…美 특허심판원 결정문들 살펴보니

입력 2021-01-19 10:58 수정 2021-01-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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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 소송 절차'가 핵심 쟁점…LG에너지솔루션 IPR서는 특허 내용이 쟁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특허심판원(PTAB)의 특허 무효 심판(IPR) 각하 결정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같은 내용에 양사가 이견을 보인 것은 해당 결정의 핵심 쟁점이 '특허 침해'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절차가 있다'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19일 미국 특허심판원(PTAB)이 SK이노베이션의 IPR 8건에 대해 '각하' 결정을, LG에너지솔루션의 IPR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린 결정문들을 비교ㆍ분석한 결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각하 결정의 쟁점은 '병행 중인 소송 절차(Parallel Proceedings)'에 대한 문제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31일 SK이노베이션의 특허에 대한 IPR을 신청했고, SK이노베이션은 같은 해 5월 26일부터 7월 6일까지 LG에너지솔루션 특허에 대해 8건의 IPR을 신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IPR은 9월 30일 개시 결정이 났고, SK이노베이션의 IPR들은 11월 30일과 올해 1월 12일 모두 각하됐다.

이중 SK이노베이션이 PTAB에 IPR을 신청한 특허들은 모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특허 침해' 조사 대상이기도 하다.

결정문들에 따르면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의 IPR이 '핀티브(Fintiv)' 사건에서 규정한 6가지 요인(Fintiv Factors)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기준으로 각하 여부를 결정했다.

핀티브 사건이란 애플이 미국의 전자결제업체 핀티브의 특허에 대해 IPR을 제기한 사건이다.

PTAB 위원회(Board)는 지난해 5월 대상 특허와 관련해 병행 중인 소송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애플의 IRP 요청을 각하하면서 그 기준으로 6가지 판단 요인을 제시했다.

6가지 핀티브 요인은 순서대로 △심판이 개시되면 기존 소송이 멈추는지 △기존 소송 일정과 PTAB 예정 기한과의 근접성 △병행 소송에 대한 기관과 당사자들의 투자(진행 단계) △IPR과 병행 소송에서 제기된 이슈들 사이의 유사성 △소송 당사자들이 같은지 △그밖에 PTAB의 재량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들 등이다.

▲PTAB가 SK이노베이션의 특허무효 신청에 대해 기준으로 삼은 6가지 '핀티브' 요인들 (출처=PTAB 결정문 캡쳐)
▲PTAB가 SK이노베이션의 특허무효 신청에 대해 기준으로 삼은 6가지 '핀티브' 요인들 (출처=PTAB 결정문 캡쳐)

LG에너지솔루션이 18일 입장문에서 "애플이 핀티브를 대상으로 제기한 IPR에서 타 기관과 중복으로 청구된 건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힌 것이 바로 이 내용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 측 대리인은 '핀티브' 사건을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IPR을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PTAB 재판부들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모든 IPR에 대해 6개 핀티브 요인 중 앞선 5개 요인에서 조사 각하에 무게를 실었다.

마지막 요인인 '그밖에 재량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들'에 대해서만 "개시 결정에 약간(slightly) 무게가 실린다", '중립적(neutral)', "각하 결정에 아주 약간의(only slightly) 무게가 실린다" 등 판단이 각각 나뉘었다.

이 판단들을 바탕으로 PTAB는 SK이노베이션의 IPR들을 각하했다. 사실상 특허 자체에 관한 내용보다는 병행 중인 절차에 대한 논의가 결정적인 근거였다.

이런 점은 앞서 조사 개시 결정이 나온 LG에너지솔루션의 결정문과 비교하면 두드러진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일반적인 기술의 수준'과 양측의 특허 관련 주장들을 깊이 있게 다룬 뒤 심판 개시를 결정했다. 병행 중인 소송이나 핀티브 요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입장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가장 효율적으로 무효 판단을 받을 수 있는 PTAB에서의 신청이 모두 각하돼 기회를 상실한 것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한 것은 바로 이 최종 결정에 대한 것이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이 강조한 재판부의 '특허 무효의 가능성' 언급 부분은 6가지 핀티브 요인 중 마지막에 나온다.

SK이노베이션 측 대리인은 마지막 'PTAB 위원회에 미칠 수 있는 그 밖의 상황들'로 '특허 무효 신청'의 쟁점들을 강조했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가 "합리적인 가능성(reasonable likelihood)을 제시했다", 또는 "강력한 무효 근거를 제시했다" 등으로 평가한 것이다.

결정문에서 비중은 작지만 유일하게 특허에 대한 논의를 다룬 부분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PTAB는 SK가 낸 IPR 신청에 각하 결정을 하면서도 '신청인이 합리적인 무효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견을 명확히 했다"며 "(해당 언급이) ITC 절차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 바로 이 부분에 해당한다.

다만, 재판부가 언급한 '합리적인 가능성' 등의 표현은 특허 무효에 대한 시비(是非)보다는 심판 개시를 위한 절차적인 수준의 판단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법 중 특허법(35 U.S.C.)에서 IPR 개시(threshold) 관련 내용을 보면 특허청장(Director)은 "제기된 쟁점 중 적어도 1건에 대해 청원자가 승소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능성(reasonable likelihood)이 있다고 결정하지 않는 이상" IPR 개시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다.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는 청원에 대해서만 심판을 개시할 수 있도록 못 박아둔 것이다.

실제로 재판부는 해당 언급 뒤에 "이 사실만으로는 '비특허성' 주장이 강하다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다", "이 쟁점과 관련하여 충분한 증거 조사를 통해서만 밝힐 수 있는 특허 권리 범위 해석과 사실관계들이 존재한다"는 등의 단서를 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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