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통령의 복귀를 환영합니다

입력 2021-01-05 05:00 수정 2021-01-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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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정치경제부 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현충탑 참배 후에는 방명록에 “국민의 일상을 되찾고 선도 국가로 도약하겠다”고 적었다.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문 대통령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넋 앞에서 다짐했다는 점은 반길 일이다. 한동안 혼자만 달나라에 사는 듯한 발언이 이어지던 점에 비춰 보면 적어도 평범한 소시민들과 다시 공감대를 갖기 시작했다는 징후로 볼 수 있어서다.

‘반드시’라는 결렬한 각오나 ‘자신 있다’는 선제적 판단이 들어 있지 않다는 점도 다행(?)스럽다. 문 대통령의 굳은 의지나 자신감, 혹은 상황 판단이 담긴 발언들은 사고를 불러온 전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굳이 되새김하고 싶지 않지만 되풀이하지 않아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몇 가지만 돌아보자.

문재인 정부 최대 성과로 꼽힐 법한 K방역을 되돌아보자. 지난해 설 연휴를 전후해 문 대통령은 귀를 의심할 발언을 잇달아 쏟아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퍼지기 시작한 2월 중순 남대문 시장을 찾은 문 대통령은 상인들과 식사를 하면서 “국민께서 빨리 활발하게 다시 활동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독려했다.

일주일 뒤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기업 총수들을 모아 놓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제계 대응’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게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이날부터 코로나 감염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고, 대구에서는 '종교단체발 1차 대유행 사태’가 터져 나왔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마스크를 사들이기 시작해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문 대통령은 “마스크 공급 물량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약국에 가면 언제든지 마스크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 말이 나온 지 열흘이 못 돼 정부는 “마스크가 부족하다”며 공적 마스크 제도를 도입하고 마스크 5부제를 전격 실시했다.

엄밀히 따지면 K방역은 국민 스스로 시작했고, 문 대통령과 정부는 개인의 방역을 방해하고 혼란을 초래했던 셈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 속에서도 문 대통령은 ‘절차’를 반복해서 강조하다 법원에 의해 절차적 정당성이 부정되는 모순에 빠졌다.

국민의 스트레스가 된 부동산 문제는 문 대통령이 자신감과 각오, 상황 판단이 결합해 일을 그르친 종합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장담했다. 지난해 이맘때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부동산 시장은 상당히 안정이 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임기가 그리 길지 않을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문 대통령의 장담대로 서울 아파트값을 ‘취임 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고 온갖 민생과 경제문제, 심지어 코로나 백신 확보 난맥상까지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상조 정책실장이 낸 사표를 반려하는 고집은 유독 길었던 2020년을 마지막 날까지 한숨으로 마무리하게 만들었다.

다만, 희망을 품기 좋은 시기이니 지나간 허물은 이쯤에서 덮고 기대를 말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연말 오랜만에 리더다운 면모를 보였다. 마스크에 이어 다시 사회적 불안감을 불러온 코로나 백신 확보 문제에 직접 뛰어들어 해결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국가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비서실장도 바꿨다. 유영민 신임 비서실장의 취임 일성은 “바깥의 목소리를 대통령에 들려주겠다”였다. 유 실장은 “무엇보다도 바깥에 있는 여러 가지 정서, 어려움을 부지런히 듣고 대통령에게 부지런히 전달해서 대통령을 잘 보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담장 너머의 목소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청와대에 변화를 기대해 볼 만한 장면이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버거운데 마치 국가에 컨트롤 타워가 없는 듯 불안정하고 혼란스럽던 일상이 이제는 제자리를 찾았으면 한다. 주술 같은 각오나 고문 같은 희망 대신 “일상을 되찾겠다”는 문 대통령의 간결한 새해 첫 다짐이 오히려 반가운 것은 사라진 대통령이 복귀한 듯해서다.

새해를 맞아 대통령께도 덕담을 드리고 싶다. 대통령의 희망, 꼭 이루셔서 국민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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