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코스피시장이 글로벌 디플레 공포를 딛고 9거래일 만에 오름세로 반전하며 1000선을 회복했습니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20일)는 신규실업수당청구 등 경제지표들이 최악의 수준으로 발표되고 국제유가가 5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디플레이션 공포를 증폭시킨 가운데, 자동차 구제법안 표결마저 연기되면서 이틀째 폭락, 주요지수들이 5 ∼6%대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920선에서 갭하락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오후들어 증시안정기금 집행과 연기금 매수세 유입으로 상승반전한뒤 외국인의 소폭 순매수 전환과 더불어 상승폭을 확대해 나갔습니다.
중동자본이 씨티그룹의 지분을 확대했다는 소식과 중국 컨소시엄이 AIG 산하 알리코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북돋았습니다.
오후 2시 넘어서는 급등 사이드카까지 발동되는 등 폭등세를 보인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55.04p(5.80%) 오른 1003.73p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외국인이 9거래일만에 77억원 순매수로 돌아섰고, 기관도 570억원 매수우위를 보였습니다. 반면 개인은 64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이번 반등을 현금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프로그램매매는 비차익거래 매수(910억원 순매수)에 힘입어 216억원 매수우위로 집계됐습니다.
아시아 주요증시들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엔화 약세와 더불어 2.70% 오른 것을 비롯해 항셍지수(2.93%), 가권지수(1.98%), 싱가포르지수(2.98%) 등이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오전장 한때 4% 이상 밀렸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금리인하 및 증시부양책 마련 기대로 낙폭을 축소, 0.72%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경기민감株, 낙폭과대 대형株 반등 주도
지수가 급등세로 돌아서자 최근 디플레 공포로 낙폭이 컸던 경기민감 산업재 종목들과 증시안정기금 등 기관들이 선호하는 대형주(6.21%)들이 앞장서 올랐습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STX조선, 한진중공업 등 업계 구조조정에 들어간 조선주들이 나란히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동국제강 고려아연 등의 소재주들도 상한가에 진입했습니다.
경기후퇴에 따른 소비위축 우려로 고전했던 현대차(14.75%)와 기아차(10.52%), 글로비스(상한가)가 폭등했고 STX엔진, 코오롱, 동부화재, SKC, 동양제철화학, SK증권, LG, 대우인터내셔널(이상 상한가),효성(14.54%), 현대백화점(14.26%), 삼성엔지니어링(14.14%), 한진해운(13.79%), 두산인프라코어(13.76%) 등 각업종 대표주들이 두루 급등했습니다.
조정장에 빛을 발했던 통신업종만이 약보합세(-0.48%)를 나타냈을뿐 전업종이 올랐고 운수장비(12.33%)와 증권(9.02%), 기계(8.36%), 보험(8.27%), 철강금속(8.19%) 업종의 상승폭이 컸습니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경우 삼성전자(4.49%)와 POSCO(7.68%), 한국전력(4.41%), 신한지주(7.95%), LG전자(11.00%), LG디스플레이 등 대부분 종목이 오른 반면, 최근 견조했던 SK텔레콤(-0.24%)과 KT&G(-0.97%), KT(-0.31%) 등 경기방어주들은 다소 소외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장 초반 8만원대로 추락했던 NHN이 14.24% 폭등하며 지수를 견인했고, SK브로드밴드(4.21%), 메가스터디(14.91%), 키움증권(12.04%), 서울반도체(8.49%), 소디프신소재(상한가), 다음(10.86%), CJ인터넷(12.74%) 등의 시총상위주들이 힘을 보탰습니다.
코스피 조선주들의 급등 영향으로 성광벤드(상한가), 태웅(11.33%), 태광(13.42%), 평산(13.64%), 현진소재(13.29%) 등 조선기자재주이 무더기 강세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지수 급등에도 불구 펜타마이크로, 루보, 코엔텍, 상화마이크로, 모코코 등의 개인선호 개별주들은 가격제한폭까지 밀렸습니다.
'가이너스 효과' 주말 뉴욕증시 폭등
주말 뉴욕증시는 최근 폴슨 재무장관과 금융위기 대응책을 주도해온 티모시 가이너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가 차기 재무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소식에 금융정책의 일관성 유지 및 '레임덕' 불확실성 해소 기대로 장 막판 가파르게 반등했습니다.
주요지수들이 전일 폭락분을 고스란히 만회하며 5~6%대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다우존스지수가 이틀만에 8천선을 회복했고, S&P500지수 역시 800선을 턱걸이하듯 회복했습니다(800.03p 마감).
그러나 보합권에 머물던 지수가 장 마감 한시간여를 앞두고 6% 가까이 치솟아 차익매물이 출회될 여지를 남겼고, 가이너스 효과외에 실물경제지표나 신용관련 뉴스들은 여전히 어두워 이날 급등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여전한 혼돈..금융 불안감 해소 우선돼야
실물경기 침체의 가늠자로 인식되고 있는 국제유가가 이날 소폭 반등했지만 50달러를 회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2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51센트 오른 49.93달러로 마감했습니다.
각종 고용지표와 소비, 제조업지표들이 잇달아 최악의 수치들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를 기록하고 실업률은 내년말까지 9%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이대로라면 미국의 경기가 2010년까지는 회복될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가 됩니다.
미국정부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유동성을 퍼붓고 있지만 밑빠진 독에 물을 붓기라도 하듯 가시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신용위기를 해소하려면 미국 정부가 기존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책 마련외에 1조2000억달러를 금융권에 추가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까지 제시되고 있습니다.
AIG 보험과 베어스턴스, 리먼, 메릴린치, JP모간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쓰러지며 금융시장에 쇼크를 준 이후 사그러드는 듯했던 금융위기의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때 미국의 최대 은행이었던 씨티그룹에까지 금융위기의 불똥이 튀면서 월가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씨티그룹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 폭등 분위기 속에서도 20% 추가 폭락했고 부도가능성을 보여주는 씨티그룹의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치솟았습니다.
씨티그룹은 매각설이 제기되자 5만2천명 감원계획과 사우디 왕자의 지분확대 계획 발표 등 다양한 조치들을 내놓았지만 투자자들은 구조화투자회사(SIV)로부터의 대규모 부실자산 인수를 걱정했고, 이번주들어서만 60%의 주가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사업부문의 일부 내지는 전체 매각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색된 시장에서 금융계의 거대공룡을 인수할 적당한 인수주체를 찾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주말 아시아증시는 주말 중동계 지분 확대 등 매각작업 진척 가능성(불확실성 해소)만을 반영해 급등한 측면이 있습니다.
씨티그룹이 보유한 파생상품 손실의 규모와 내용이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는 점과 M&A 대상이 되기에는 비대한 몸집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매각 또는 파산의 파장을 감안해 볼 때 매각 이슈에만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겠습니다.
아쉬운 옥석가리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처럼 지속되고 있는 배경으로는 '옥석가리기 지연' 문제를 들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붕괴 위기에 처한 금융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한 첫단추로 지분출자를 통한 대규모 유동성 지원을 택했습니다.
워낙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유동성 공급효과를 낼 수 있는 지분매입을 택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중요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궁극적으로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구제금융의 방법이 단순 긴급 유동성지원이었던게 문제입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실채권매입을 통해 우량 금융회사를 몇개 만들어서 금융시장에 활로를 터줬어야 신용경색 문제도 실질적으로 풀렸을 것입니다.
돈을 풀어봤자 아무도 못믿는 시장에서는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자금을 수혈받는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이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별된 금융기관들의 부실자산을 정부가 할인해서 취득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해당 금융기관의 건전성 개선이 부각되고, 옥석가리기 과정을 거쳐 '옥'으로 분류된 금융기관들에 시장의 유동성이 대거 쏠렸을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의 제로금리 시대 전망이 나올 정도의 '초저금리 시대'에 시중에 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고여있는 부동자금의 활발한 왕래를 위해 막힌 자금줄을 터주는 조치, 즉 옥석가리기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울뿐입니다.
신용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는 악재는 씨티그룹 위기 외에 하나 더 있습니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GM의 부도위기 문제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1일(현지시간)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려온 GM 이사회가 회사생존을 위한 옵션의 하나로 '파산보호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자동차 빅3 기업들이 하루하루를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 기대했던 자동차 구제법안의 표결은 이틀간의 끈질긴 공방 끝에 결국 다음달로 연기됐습니다. 자금난이 시장에 알려질대로 알려진 상황에서 연말까지 빅3가 버텨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미국의 자존심'인 GM-포드-크라이슬러 3사의 위기는 신용경색 외에 현재 경기침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도 절감케 해주고 있습니다.
변동성 장세 지속 불가피
주 후반 글로벌 증시는 낙폭과대에 따른 저가매수세 유입에 일부 심리적인 호재들이 더해지면서 급등했습니다. 그러나 두가지 핵심변수인 '신용 & 경기후퇴'와 관련한 불확실성 해소에 어떠한 진전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아시아증시의 금요일 급등은 나스닥선물의 장중 급등을 선반영한 측면이 있으며, 주말에 씨티그룹과 AIG, GM 문제들의 해결책이 어떻게든 제시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이 소폭 순매수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금요일 국내증시에서는 적극적인 매수주체가 없었고, 외국인이 선물을 4105계약 순매수하며 투자심리를 달궜지만 정작 미결제약정은 4897계약 급감했습니다. 추가 상승을 겨냥한 신규매수계약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씨티, AIG의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면만을 증시가 응시하고 있다는 점은 변동성 확대를 예상케 합니다.
뉴욕증시가 씨티그룹발 금융불안감, GM 뇌관을 끌어안고 있는 이상 글로벌 증시의 디플레이션(주가 하락)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요일 대형주들의 폭등은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게될 경우 얼마나 강력한 반등이 나올 수 있는지를 예고했습니다. 꾸준히 저가매수에 주력하고 있는 장기 가치투자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장기 소신투자가 어려운 단기 투자자라면 위기에 봉착한 씨티와 GM의 유동성 문제를 미국 정부가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지켜보면서 보수적 마인드를 견지할 필요가 있으며, 본격적인 매수는 S&P500지수가 850선을 회복•안착한 연후에 고려해도 늦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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