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살려야 경제도 산다](下)"옥석 가리는 대신 실질적인 도움을..."

입력 2008-11-2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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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관리도 강화돼야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 조금만 도와주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금융기관이 적극 나서줘야 한다"(10월13일, 1차 라디오 연설)

"은행의 꺾기 관행이 여전하다"(11월3일, 2차 라디오연설)

"어려울 때는 은행이 더 냉랭해진다. 정부는 한다고 하지만 사실 일선 창구에 가면 정부가 하고자 하는 대로 잘 이뤄지지 않는 것도 많이 있다"(11월4일, 무역투자진흥회의)

"일선에서 은행들이 과연 필요한 돈을 제때 풀어주고 있는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11월10일, 중소기업현장대책회의)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중소기업 관련 발언들이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하지만 제 살 길 찾기 바쁜 은행들의 ‘몸사리기’는 여전히 정부정책의 실효성을 반감시키고 있다.

'경제의 주춧돌'인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올바른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실질적 효과를 위해 사후관리 강화, 대기업 불공정 하청 관리, 판로 개척 지원, 기술력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을 제시한다.

◆실질 효과 위해 사후관리 강화해야

먼저 정부가 잇따라 내놓고 있는 현재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방안에 대해 업계는 회의적이다.

정부가 보증기관 보증한도를 95%까지 올리면서 자금난 해소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은행들의 금고문은 더욱 굳게 닫혀만 가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자동차 부품 제조사를 운영 중인 L모 사장은 최근 1억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위해 주거래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은행 대출 담당자로부터 들을 수 있는 말은 "아직 본점에서 명확한 지침이 내려온 게 없어 기다려야 한다"는 것 뿐이다.

가산디지털 단지에서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M사장은 "정부 지원대책 발표 이후 은행을 찾았지만 기존 대출을 상환하면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는 황당한 소리만 들었다"고 밝혔다.

M사장은 "은행 심사과정이 까다로워지면서 신규 대출을 신청했다가 신용등급이 더 낮게 나오면서 원금상환 요구를 당하는 기업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실제 올해 상반기에 5조7000억원이던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 달 2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BIS 비율 하락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당장은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이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중소기업 자금 관련 지표들이 일제히 악화되고 있다"며 "이는 금융기관의 대출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진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은행이 은행 공급 자금을 확대하거나 직접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후순위채 발행 등 은행의 자금조달 확대과정에 한국은행과 정부기관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중소기업 대출 담당자는 “정부정책에 맞춰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내수 부진에 수출마저 둔화도니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의 대출이 더욱 신중해지고 있어 자금사정이 극도로 어렵다"며 "당국의 지원정책이 일선 현장에서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부 관계자 역시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 결국 다 같이 죽는 것"이라며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정부가 시중은행 대출을 독려하는 수밖에 없다.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방안 마련해야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대기업의 불공정 하청은 아직도 만연해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원자재 값이 급상승했지만 대기업은 납품단가를 올려주기는 커녕 경기 침체를 명목으로 오히려 내리라고 압박을 가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2년 이후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특정 대기업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고 있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시책 추진을 위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0대 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총출하액 기준으로 2004년 45.0%에서 2006년 45.7%로 증가했고 제품출하액 기준으로 2004년 46.4%에서 2006년 47.1%로 늘었다.

중소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대다수의 중소기업이 속해 있는 경제 하부구조가 취약해졌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수치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분야에서 일부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높아져 불공정행위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조사와 모니터링을 강화해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中企 제품 판로 지원해야

중소기업 위기의 해법을 유동성 지원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정부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동성 지원과 함께 중소기업 제품 구매 확대와 판로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20일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이 발의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법' 제정안은 주목할 만하다.

법안은 중소기업제품 구매를 촉진하고 공공기관의 효율적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단위로 '공공구매지원관'을 지정토록 명시하고 구매 확대를 위해 적정원가 계산 시 비용 일부를 정부가 부담토록 했다.

또 수요 기관별·제품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구매방식의 선택이 가능하고 업계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구매방식'도 도입키로 했다.

시장경제연구연구원 이재훈 박사는 "현행 공공구매제도는 공공기관에 기술개발제품을 납품하려 해도 적정원가 산정이 어려워 수요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문제가 많다"며 "중소기업의 경쟁력 육성과 함께 구매자인 공공기관이 가장 유리한 가격과 조건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술력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중소기업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필수적인 자체 기술력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

중소기업에 우수한 인재들이 올 수 있도록 하는 환경조성과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는 유동성 공급과는 또 다른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활용해 기업들은 사업을 재정비하고 기술 개발에 몰두해 잠재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율 경기도 경제투자관리실장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 등을 통해 난국을 헤쳐나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금융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과 생산성 향상 등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를 위한 모든 정책적 노력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 관련 교육ㆍ관리 절실

키코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중소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뒤쳐진 금융 관련 전문지식 분야에도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같은 환율 급상승기에는 환율 관리 실패가 기업 생존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달러 결제가 필요한 업체들에게 정부의 체계적 관리는 절실하다. 특히 대기업 보다 환위험 노출 정도가 심한 중소기업들은 내년 환율을 예측을 할 수 없어 사업 전략 자체를 수립할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원단 수입 물량이 많은 P사 재무담당자는 "전문가들은 환율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지만 불안감이 크다"며, "더 오를 것을 대비해 지금이라도 달러를 매입해야 하는 거 아닌지 걱정"이라는 밝혔다.

한편 불특정 다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무조건적 지원은 잠재적 위기를 키울 뿐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회생 가능한 기업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고, 회생불가로 판단되는 기업은 과감하게 퇴출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인력을 대폭 확대했다"며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점검하고 채권단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의 구조조정도 유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 위기상황이 기업 옥석가리기에 적기이며, 더 이상 미룰 경우 잠재적 부실을 키울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현재 상당수 기업들은 부실위험이 큰 만큼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구조조정 시점에서 이를 늦추거나 회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의 지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임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당시 일부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0%가 넘었음에도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 부실을 키운 측면이 있다”며 "옥석은 확실하게 가려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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