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천기누설

입력 2020-1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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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정치경제부 부장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다. 길어서 노여운 사람에게도, 짧아서 아쉬운 사람에게도 500여 일 후면 새로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2022년 3월 9일 치러지는데, 문 대통령 잔여 임기에 대한 반응이 선거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 예측이니 맞는 말이겠지만 잘 뜯어보면 의문부호가 달린다. 대통령 지지율과 당 지지율, 예비후보 지지율이 따로 노는 데다, 설문에 응하고도 지지자가 없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 가깝기 때문이다.

우선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긍정평가 43%, 부정평가 45%다. 어떤 이들은 부정평가가 더 높다는 이유로 ‘데드 크로스’를 부각하지만 2017년 대선 당시 득표율이 41.1%였던 점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은 연임에 도전해도 이길 태세다. 차기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낙점’을 받아 지지층을 승계하느냐의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당 지지도를 보면 뭔가 이상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지율이 35%로 대통령 지지율과 꽤 차이가 난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17%로 대통령 부정평가와 2배 넘게 간격이 벌어져 있다.

문 대통령은 좋아도 민주당은 싫다는 사람이 꽤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민주당도 싫지만 국민의힘은 더 ‘극혐’이라는 유권자가 넘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럼 문 대통령의 지지를 업고 민주당 간판을 달고 출마하면, 또는 반문을 앞세우고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면 시너지가 날까 역효과를 부를까.

예비후보 지지율을 보면 여당 쪽은 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같다. 한때 50%까지 올라갔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이 17%로 주저앉으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위(20%)를 달리고 있는데, 원동력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상승세를 탄 덕이다. 문 대통령 지지층 중 절대다수가 민주당 지지자라는 점(민주당 지지층 84%가 문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과 결합해 생각해 보면 여당 후보는 ‘누구’인지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할지도 모른다.

반면 야권은 복잡하다. 우선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 윤석열 검찰총장(3%), 홍준표 의원(2%), 원희룡 제주도지사(1%)를 모두 합쳐도 겨우 10%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을 지지하는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힘을 줄 수는 없다는 사람이 열에 여덟을 넘으니 홍준표 의원과 원희룡 지사를 뺀다면 사실상 7%가 전부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지지율이 15%까지 올라갔다는 결과도 나왔지만 지속성이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 추세로 간다면 다음 대선은 지난 총선을 능가하는 일방적 결과가 나올 게 뻔하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반대로 다음 대선에서 역대급 볼거리가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흥미를 끈다. ‘이재명+이낙연(20%+17%=37%)’이 민주당 지지율(35%)과는 거의 일치하지만 문 대통령(43%)에 못 미친다는 점, 그리고 실제 1위는 이재명 지사가 아니라 그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지지자 없음(46%)’이라는 점이 근거다.

단순화시켜 보면 이렇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문 대통령의 지지까지 얻으면 당선권인 40% 초중반대의 득표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다. 하지만 누군가 갑자기 해머드릴을 들고 등장하면 콘크리트 벽 뒤에 숨은 부동층에 닿을 수 있다.

물론 인물난에 허덕이는 야권의 현 상황을 보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다만 적어도 여론조사상으로는 절반 가까운 유권자가 현재 거론되는 후보가 아닌 새 인물을 원한다는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당지지율로 봐도 무당층이 34%로 민주당 지지층을 위협한다는 점도 여당에 표를 몰아주던 6개월 전과는 차이가 크다.

굵직한 선거에서 막판에 등장한 깜짝 후보가 판을 뒤집는 모습은 그리 낯선 것도 아니다. 2002년 대선이 그러했고, 2011년 서울시장을 뽑을 때도 비슷한 과정을 목격했다.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을 지지할 생각은 없다. 그저 정치판 악동이 나타나 헛발질하는 여당이나 ‘똥볼’ 차는 야당 모두 엉덩이를 걷어차 주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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