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존치 논란…정부 입법예고에 사회적 갈등 다시 '분출'

입력 2020-10-07 16:01 수정 2020-10-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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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임신 중기 24주까지 낙태 허용…여성계 "책임 전가" 강력 반발

정부가 낙태죄 폐지가 아닌 조건부 허용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을 추진해 여성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일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등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임신 중기인 15~24주까지는 성범죄 피해나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을 경우 낙태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4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후속조치다.

임신 초기 낙태 전면 허용…미성년자 시술 근거 마련

형법 개정안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낙태의 허용 요건 조항을 신설했다. 임신 14주 이내에는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 절차 요건 없이 낙태를 전면 허용 했다. 임신 15∼24주 이내에는 모자보건법상 현행 사유에 더해 헌재가 명시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낙태 허용 조건으로 추가했다.

헌재는 △임신 후 상대 남성과 헤어진 경우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우려가 있는 경우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불안정한 경우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을 사회적ㆍ경제적 사유로 봤다.

다만 정부는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의 경우 상담과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낙태 시술 방법은 ‘의사가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약물이나 수술 등으로 구체화했다.

보호자의 동의를 받기 어려운 미성년자의 경우 임신ㆍ출산 종합상담기관의 상담사실확인서 등으로 시술할 수 있게 했다.

"낙태죄 폐지해야"vs"태아 살인 정당화"

정부의 입법예고에 낙태죄 폐지를 찬성해온 여성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특정 임신 주수에 대해서만 낙태를 허용하는 입법안은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또다시 처벌로서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역사적 후퇴"이라고 비판했다.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주수 제한 내용의 낙태죄 부활은 형벌의 명확성, 보충성, 구성요건의 입증 가능성 등에 현저히 반하는 위헌적 법률 개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간통죄 폐지가 간통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듯 낙태죄 폐지가 낙태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며 “낙태죄가 두려워 낙태 않는 여성은 없다. ‘불법화된 낙태’로 고통받는 여성만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형법에서 낙태죄를 폐지해 여성의 임신·출산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여권 일각에서도 정부의 입법예고안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국 대학교 여성 교수들 174명은 임신 14주까지 중절을 허용하는 정부의 법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태아 살인을 정당화하고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법조계에선 정부의 입법예고안이 헌재의 결정과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은 헌재가 22주까지 보장해야한다고 봤던 낙태 기간을 14주로 대폭 줄이고, 24주까지 원칙적 금지를 고수한 채 예외적 허용 사유를 추가한 것"이라며 "헌재의 결정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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