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태생 '토끼소주'가 한국에서는 ‘전통주’라고?

입력 2020-09-16 15:21 수정 2020-09-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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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산물로 만든 술' 규정 따라 온라인판매 가능…국내 업계와 형평성 등 전통주 분류기준 논란

▲신세계백화점 본점 우리술방에서 지난해 12월 모델들이 '토끼소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신세계백화점 본점 우리술방에서 지난해 12월 모델들이 '토끼소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탄생한 한국식 소주 ‘토끼소주(Tokki Soju)’가 국내에서 전통주로 분류돼 전통주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주류업계는 토종 주류기업인 국순당의 '백세주', 배상면주가의 '심술', 광주요의 '화요' 등이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 태생의 '토끼소주'가 전통주로 분류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토끼소주 공식 소셜네트워크(SNS)에 토끼소주를 쿠팡 등 이커머스에서 조만간 구입할 수 있음을 알리는 게시글이 게재돼 온라인 판매가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토끼소주는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하던 미국인 브랜든 힐이 뉴욕으로 돌아가 2016년 조선시대 전통 방식으로 만든 소주로 미국에서 한국 술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뉴욕여행 인증술'로 먼저 인기를 얻으며 해외직구를 통해 국내 소비자를 만나오다 지난해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에 이어 올해 갤러리아백화점에 입점하면서 유통채널을 확대해온 토끼소주는 최근에는 쿠팡 등에 입점을 예고하며 온라인 판매도 시작한다.

문제는 토끼소주가 온라인 판매를 할수 있게 된 데서 출발한다. 현행법상 주류의 온라인 판매는 전통주로 분류될 때만 가능하다. 뉴욕이 고향인 토끼소주는 어떻게 전통주로 인정받았을까.

주류업계에서는 전통주에 대한 모호한 정의와 기준 때문에 토끼소주가 한국에서 전통주로 둔갑한 격이라며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주세법과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전통주산업법)에서는 △국가가 지정한 장인이 만든 술 △식품 명인이 만든 술 △지역 농민이 그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을 전통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세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하면 전통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사진='토끼소주(Tokki Soju)' 공식 페이스북 계정 캡쳐)
(사진='토끼소주(Tokki Soju)' 공식 페이스북 계정 캡쳐)
토끼소주의 창업자인 브랜든 힐은 지난 6월 충북 충주 농업법인을 설립하고 토끼소주 양조장을 세웠다. 충주 양조장에서는 충주 지역의 쌀과 누룩, 효모를 사용해 토끼소주를 제조한다. 전통주산업법 제2조에 근거한 “인접 특별자치시ㆍ군ㆍ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에 부합하는 조건을 갖춘 셈이다.

관련 지자체에서도 토끼소주가 농업법인(농민)이 지역 농산물로 제조했기 때문에 전통주 요건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충북도청 관계자는 “양조장 인근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제조한 술은 전통주”라면서 “토끼소주는 올해 도지사로부터 승인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전통 방식으로 제조되는 토종 주류들은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 비해 수입 브랜드가 전통주로 분류되자 주류업계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순당을 비롯한 주류업체들은 '우리술 복원 사업'을 전개하고 해외 수출을 통해 'K-주류'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지만 정작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전통주로 인정받게 되면 포함되면 주세가 50% 감면되고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백세주, 일품 진로, 화요 등 전통 방식으로 제조되는 술이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뉴욕에서 만들어진 소주는 버젓이 전통주로 분류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우리 전통 술을 계승하고 이어가는 브랜드들에게 토끼소주의 전통주 인정은 현행 전통주 기준이 허점투성이임을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차제에 전통주의 개념과 기준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와인은 전통주가 아니지만 영동지역에서 생산하는 영동와인은 전통주로 인정받아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토끼소주와 비슷한 사례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특정 지역 농산물로 만들면 전통주라는 원료 중심의 기준을 제조 기법과 방식을 고수한 술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통주 온라인 판매 규제를 일부 완화해준 취지가 전통주 활성화에 있는 데 정작 전통주와 거리가 있는 와인이나 외산 소주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전통주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토끼소주가 온라인으로 판매 예정인 쿠팡 측은 통신판매 중개플랫폼에 전통주가 입점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소지는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전통주만 판매할 수 있는데, 쿠팡에서는 구매자의 주민번호가 포함된 '주류 통신 판매 기록부'를 작성해 담당 세무서장에게 매월 제출하고 있다”면서 “주류판매업자인 토끼소주는 직매입 방식이 아닌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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