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에 2030세대 ‘랜선 술자리’ 유행…“화상회의로 회식해요”

입력 2020-09-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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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에 컴퓨터 앞에 모인 청년들…“랜선 따라 모여라!”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랜선 술자리가 서로 연결돼있기를 원하는 '소속감' 욕구로부터 기인한다고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랜선 술자리가 서로 연결돼있기를 원하는 '소속감' 욕구로부터 기인한다고 본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학생 박주연(24·여) 씨는 술이 마시고 싶을 때면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과 안줏거리를 꺼내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리고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켠다. 컴퓨터 화면에는 술을 들고 온 친구들이 다 같이 맥주 한 캔씩을 들고 앉아 있다. 서로의 얼굴이 떠 있는 화면에서는 이내 왁자지껄한 수다가 이어진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된 지금, 2030세대들 사이에선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술자리를 갖는 일명 ‘랜선 술자리’가 유행하고 있다. 랜선 술자리란 술집 등의 오프라인이 아닌 집에서 컴퓨터를 앞에 두고 이뤄지는 음주 문화를 의미한다. 이미 ‘비대면 강의’를 통해 화상회의가 익숙해진 대학생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모임에 제약을 받자 찾은 대안이다.

▲2030 세대 사이에서 랜선 술자리가 유행하게 된 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가 크다. (독자 제공)
▲2030 세대 사이에서 랜선 술자리가 유행하게 된 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가 크다. (독자 제공)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제약…거리두기 필요 없는 랜선 술자리

랜선 술자리가 주목받게 된 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가 크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모임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컴퓨터와 캠을 활용한 화상으로나마 소통을 하는 것이다.

랜선 술자리는 보통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을 통해 이뤄진다. 줌은 비대면 대학 강의에서 많이 쓰이는 플랫폼 중 하나로, 얼굴을 공개하는 화상회의 서비스를 통해 교수·학생 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이미 대학생들에겐 익숙한 플랫폼이며, 비대면 강의 외에도 이처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박주연 씨는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면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해 친구들을 못 본 지 오래됐다"며 "원래 주기적으로 만나던 친한 친구들인데 오랫동안 못 봐서 화상으로라도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허진(21·여) 씨는 "학과 혹은 학회 행사를 온라인으로 추진하게 되면서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한 개강총회가 진행됐다"며 "이에 영감을 받아 사적인 만남을 가질 때도 '줌을 통해 만나자'는 약속을 별 무리 없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상황에서 랜선 술자리의 가장 큰 장점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자 제공)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상황에서 랜선 술자리의 가장 큰 장점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자 제공)

◇독특한 재미가 있는 랜선 술자리…음성·서버 문제 등 어려움도

랜선 술자리의 가장 큰 장점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도권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으로 식당·주점들이 오후 9시면 문을 닫지만, 랜선 술자리는 언제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다. 꾸밈없는 모습, 서로 다른 안주 등 랜선 술자리만의 독특한 재미도 있다.

박주연 씨는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도 없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꾸밀 필요도 없다"며 "집에 있으면서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더 웃기고 재밌다"고 설명했다.

허진 씨는 "비록 화면을 통한 만남이긴 하지만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하면서도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술집에 가면 시킬 수 있는 메뉴가 한정적인데, 온라인으로 만날 때는 서로 준비해오는 음식의 메뉴가 각각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랜선 술자리에도 단점은 있다. 그동안 술자리는 대면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화상을 통한 대화가 어색하거나 프로그램 자체 문제 등이 존재한다.

대학생 A 씨는 “술을 마신다는 것은 서로 술을 따르고, 같은 안주를 공유하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일종의 추억을 만드는 행위”라며 “이렇게 랜선으로 만나 마시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기술적 특성상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면 음성이 잘 들리지 않아서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B 씨 역시 "(랜선 술자리는) 술집에서 먹는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나지 않는다"면서 "인터넷 연결이나 서버 문제로 가끔 화상 연결이 지연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랜선 모임, 소속감 욕구로부터 기인…코로나 블루 극복에도 도움"

젊은 세대들이 굳이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이러한 만남을 갖는 이유는 뭘까. 이동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랜선 술자리가 ‘소속감’의 욕구로부터 기인한다고 봤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서로 연결돼있다는 느낌, 즉 소속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언택트 문화가 발달해 있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들은 화상으로 모임을 하는 것이 기성세대들보다 훨씬 거부감이 없을 것 같다”며 “집에 가만히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기 마련인데 화상을 통해 사람들이랑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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