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역사에 남게 될 부패”…다큐 '킹메이커 로저 스톤'을 통해 본 미국 대선

입력 2020-09-0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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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포퓰리스트' 트럼프의 재능을 일찍 알아본 로저 스톤…그의 대선 전략은?

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출처=넷플릭스)
(출처=넷플릭스)

"아무도 모르는 것보다 악명 높은 것이 낫다", "혐오는 사랑보다 더 강력한 동기다", "공격, 공격, 또 공격하라. 절대 방어하지 마라", "정치에서 틀린 것보다 더 나쁜 건 지루한 것이다",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해라" - 트럼프 미 대통령의 킹메이커, 로저 스톤(1952. 8. 27.~)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킹메이커 로저 스톤'(Get Me Roger stone, 2017)은 2016년 미 대선 당시 로저 스톤을 따라다니며 그의 삶과 정치 철학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576일의 선거운동 동안 로저 스톤을 따라다니며 그가 트럼프의 정치 고문으로 어떻게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는지 보여준다.

스톤의 전략은 '포퓰리즘'과 '네거티브'다. 스스로 "저돌적이고 극악무도하다"라고 말한다. 빌 클린턴의 얼굴과 'Rape'(강간)가 함께 쓰여있는 티셔츠를 입고, "빌은 강간범이고 힐러리는 강간 피해 여성들을 공격했다"는 루머를 퍼뜨린다.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CNN 앵커를 두고 '멍청한 검둥이'라는 혐오 발언을 쏟아낸다.

▲로저 스톤은 2016 대선 당시 빌 클린턴 사진과 'Rape'(강간)이 함께 프린팅 된 셔츠를 입고 유세 현장에 나섰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로저 스톤은 2016 대선 당시 빌 클린턴 사진과 'Rape'(강간)이 함께 프린팅 된 셔츠를 입고 유세 현장에 나섰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무명보다는 악명높은 게 낫다"…로저 스톤이 걸어온 길

로저 스톤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신봉자다. 1972년 대학 시절 닉슨 재선 캠프에 일하며 워터게이트 스캔들에 연루됐다. 심지어 그는 리처드 닉슨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겼다. 어린 시절 배우를 꿈꿨던 스톤은 10대 시절 닉슨의 책을 읽고 정치에 꿈을 품는다. 그는 "정치인과 배우가 일종의 쇼를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워터게이트 이후 스톤은 본격적인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훗날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이 된 폴 매너포트, 정치 컨설턴트 찰스 블랙과 함께 정치 컨설팅 회사 '블랙, 매너포트 & 스톤'을 차렸다. 컨설팅해준 정치인이 당선되면 공격적인 그에게 로비해 돈을 벌었다. 그가 한 로비 활동에는 모부투 세세 세코 전 콩고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 같은 독재자 옹호도 있었다. 스톤은 그 시절 로비 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 제가 한 일이 자랑스러워요. 돈을 많이 벌었거든요."

▲로저 스톤은 양팔을 벌리고 'V'를 취하는 리처드 닉슨의 시그니처 포즈를 자주 취한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4년 8월 9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나며 마지막으로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 원'에 오르며 이 자세를 취했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로저 스톤은 양팔을 벌리고 'V'를 취하는 리처드 닉슨의 시그니처 포즈를 자주 취한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4년 8월 9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나며 마지막으로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 원'에 오르며 이 자세를 취했다.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로저 스톤과 트럼프가 처음 만난 건 1988년. 로저 스톤은 트럼프의 타고난 언변을 보고 그에게 대통령에 출마하라 권유한다. 물론 그 당시 트럼프는 대선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28년 후 트럼프는 대선에 출마했고 혐오와 분노의 언어를 발판삼아 대통령이 된다. 로저 스톤은 30년 전부터 백인 노동자들은 엘리트 중심 정치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분석하며 "그 분노의 마음은 이전 사람들이 발견했고, 자신은 단지 그걸 이용하는 트럼프의 능력을 봤다"고 전한다.

▲2016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2016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출처=넷플릭스 유튜브 캡처)

◇밋 롬니 공화당 상원 "로저 스톤 감형, 역사에 남게 될 부패다"

다큐멘터리는 로저 스톤과 위키리스크·러시아와의 관계에 의문을 던지며 끝을 맺는다. 트럼프 당선을 위해 러시아와 공모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의혹은 실제 혐의가 됐다.

스톤은 미 하원에서 위증하고, 다른 증인에게도 거짓 증언을 하도록 종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월 워싱턴D.C. 연방 지방법원은 위증 5건, 증인매수 1건, 의회방해 1건 총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 내렸고, 스톤에게 징역 40개월을 선고했다. 스톤은 7월 14일부터 복역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덕분에 감옥살이를 면했다. 백악관이 7월 10일 전격적으로 감형 결정을 발표하면서 옥살이를 피한 것이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를 두고 트위터에서 “역사에 남게 될 부패(historic corruption)다"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 펜실베니아 아놀드 파머 공항에서 선거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3일 펜실베니아 아놀드 파머 공항에서 선거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곧 다가오는 미 대선은 11월 3일. 많은 이들이 바이든의 승리를 점친다. 미 증시에서는 이른바 ‘바이든 수혜주’가 강세고, 월가 역시 바이든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2016년 당시 아무도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4년 전 통했던 저열한 네거티브가 2020년에는 통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와 코로나19를 겪으며 미국 사회가 네거티브와 포퓰리즘의 민낯을 깨달았길 바랄 뿐이다.

'킹 메이커 로저 스톤'은 우리 사회에서 저열한 입놀림으로 표와 돈을 버는 자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한 일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로저 스톤의 얼굴에서 한국의 몇몇 인물이 겹쳐 보인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 사회 역시 부디 그들이 득세하지 못하도록 깨달음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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