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사망한 남편의 마일리지 쓸 수 있을까

입력 2020-08-25 14:36 수정 2020-09-0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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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A 씨는 K항공사가 제공하는 항공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K항공사와 회원가입약정(약관)을 체결한 후 항공마일리지를 적립했다. 그 후 A 씨가 사망했고, A 씨의 상속인이자 아내인 B 씨는 A 씨가 적립한 항공마일리지를 자신이 상속받았다고 주장하면서 K항공사에 A 씨의 항공마일리지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K항공사는 항공마일리지의 상속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A 씨와 회원가입약정을 통해 상속이 불가함을 합의했으므로 A 씨의 항공마일리지는 사망과 동시에 모두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과연 B 씨는 남편 A 씨의 항공마일리지를 상속받을 수 있을까.

우선 K항공사의 항공마일리지 제도는 상용 고객 우대제도의 하나로, 이와 같은 마일리지는 일정한 조건 하에 K항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교환할 수 있는 것으로 재산적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마일리지 이용권은 단순한 기대권을 넘어 재산권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마일리지 이용권은 본래 가입 회원 본인의 인격으로부터 파생되는 권리도 아니며 가입 회원이 누구인지에 따라 서비스의 변경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므로 귀속 상의 일신전속권이라고 볼 수 없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이 가능한 권리에 해당한다.

다만 마일리지 이용권이 원칙적으로 상속이 가능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마일리지 이용 계약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회원 사망 시 마일리지가 소멸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허용된다. 그 합의가 개별적인 합의가 아니라 K항공사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마일리지 이용약관에 따른 것일 경우 그 약관이 약관규제법에 반해 불공정한지 여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사망한 회원의 마일리지는 상속될 수 없고 자동 소멸한다는 K항공사의 약관조항은 마일리지 회원인 고객에게 보장된 마일리지 이용권 상속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는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인정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마일리지를 받은 회원이 직접 마일리지를 사용하도록 제한을 가하는 것이 상용 고객을 확보한다는 마일리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점 △K항공사로서는 마일리지의 일정 비율을 부채성 충당금으로 적립하고 있어 고객들이 적립한 마일리지가 늘어날수록 부채가 늘어나게 돼 재무구조의 건전성이 악화되므로 마일리지가 적기에 소멸되도록 촉진할 영업상 필요성이 있는 점 △K항공사는 회원 본인의 마일리지를 공제해 등록된 가족에게 보너스 항공권을 발급해 줄 수 있는 가족 간 보너스 양도제도와 회원 본인의 보너스를 사용하기에 부족한 경우 부족한 만큼의 마일리지를 등록된 가족으로부터 제공받아 회원 본인의 보너스 항공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가족 간 마일리지 합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점 △해외의 동종업계 관행에 따르더라도 마일리지 상속을 허용하는 것이 전 세계 항공사들에 보편화된 관행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 K항공사의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약관규제법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도 사망과 동시에 마일리지가 소멸되고 상속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취지로 규정한 약관 규정이 약관규제법에 해당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서울남부지법 2011. 2. 18. 선고 2018가합15876 판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혀 마일리지로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상황에서 2010년에 적립된 마일리지의 당초 유효기간이 2020년 12월 31일로 소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협의해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년 연장, 2022년 1월 1일 소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진정돼 그동안 탑승 또는 제휴로 차곡차곡 적립한 소중한 마일리지를 제때 적절히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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