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열풍과 광풍 사이

입력 2020-06-2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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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놓고 돈 먹기”, “가장 간편하게 돈 벌 수 있는 법인데 안 할 이유가 없다.”

최근 SK바이오팜 일반 청약을 두고 주식 투자 관련 커뮤니티들에선 이 같은 말들이 나왔다. 상장만 하면 무조건 주가가 폭등할 것이 자명하므로, 무리하게라도 증거금을 많이 넣는 것이 ‘현명한 투자방법’이라는 조언이 진리가 돼 투자자 사이를 맴돌았다.

그 결과는 일반 청약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SK바이오팜은 31조 원 넘는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6년 전 제일모직이 세운 기록(30조649억 원)을 갈아치웠다. 1억 원을 넣어야 간신히 12~13주를 받을 수 있는 정도다. 청약 마감 날 오프라인으로 창구를 개설할 수 있는 증권사 지점은 쌈짓돈을 싸 들고 오는 고객들로 붐볐다. 예ㆍ적금을 해지한 건 예사 경우고, 소위 ‘마이너스 통장’을 뚫는 등 빚을 져서라도 증거금 규모를 불린 경우도 심심찮았다.

SK바이오팜 청약 열풍엔 나름 합리적인 근거 요인이 있다. 우선 주요 파이프라인이 이미 신약으로 개발이 완료돼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어 임상 리스크가 적다. 파이프라인 가치 대비 공모가가 낮은 편이라는 증권가의 평가도 꾸준히 나왔다.

그렇지만 SK바이오팜의 상장 흥행은 ‘기업 내재 가치’로만 일구어진 결과는 아니다. 거대 부동 자금이 흘러들 투자처가 없다는 외부적 요인도 큰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에 따른 추가 금리 인하로 시장엔 돈이 넘쳤고, 예ㆍ적금 등 안전자산은 이미 매력 없는 투자처가 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부동 자금이 우량 기업 육성과 투자를 위해 모여드는 건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투자를 통해 기업으로 흘러간 돈은 새로운 가치 창출을 돕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이번 열풍 내부에 분명 자리해 있었던 ‘무조건’식 투자 흐름이다. ‘무조건 우상향일 테니’, ‘당분간 무조건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그간 비슷한 상황에서 주가가 폭등했으니 이번에도 무조건’식 사고방식. 보통 세상사에서 열풍과 광풍이 딱 한 발짝 거리에 있듯, 건전한 자본시장이 투기판으로 변하는 데도 그다지 많은 단계가 필요한 건 아니다.

저성장 시대에 시중에 돈은 계속 풀릴 것이고, 그나마도 한국인의 투자 열기를 받아낸 부동산마저도 최근 강화된 규제책으로 역할을 지속하기 힘들어졌다. 당분간 자본시장에 다양한 모양과 방식의 열풍이 불 것이 자명한 이 시점, 열풍과 광풍의 경계점에 대해 모두가 한 번쯤은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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