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마누라와 영감, 원래 이런 뜻이었다

입력 2020-06-08 18:0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만화책을 즐겨 보는 막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달려왔다. “엄마, ‘마누라’하고 ‘영감’하고 옛날에는 높은 사람이었대요. 아셨어요?” 만화책만 읽어도 충분히 똑똑해질 수 있다고 만날 외치던 막내가 이번에는 알은체를 톡톡히 하고 싶었나 보다.

그렇다. 마누라는 원래 궁중에서 쓰이던 말로,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부르던 존칭어였다. 영감 또한 품계가 높은 관리를 존칭하여 이르던 말이었다.

마누라의 어원은 ‘마노라’다. 조선 초기 ‘삼강행실도’에 ‘마노라’라는 단어가 나타나는데, 이때는 ‘주인’의 의미로 쓰였다. 중기 ‘계축일기’에서는 ‘대비 마노라’ ‘선왕 마노라’처럼 임금 또는 그의 가족과 관련된 명사 뒤에 붙어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이렇듯 남녀 구분 없이 신분이 높고 고귀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19세기 이후 ‘마누라’로 어형이 변하면서 지칭하는 의미도 바뀌었다.

오늘날 ‘마누라’라는 단어는 “우리 마누라가 최고야”와 같이 중년이 넘은 아내를 허물없이 이르는 말을 뜻한다. 중년이 넘은 여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평생을 함께한 자기 마누라가 최고라고 하더군”과 같은 예가 이에 해당한다.

한편, 영감(令監)은 조선 초 정삼품과 종이품의 당상관(堂上官)을 높여 부르던 말이었다. 임금을 의미하는 상감(上監), 정이품 이상의 당상관을 뜻하는 대감(大監), 다음으로 높은 벼슬아치에게 쓰는 존대어였다. 후세에 내려오면서 영감은 ‘나이든 부부 사이에서 아내가 그 남편을 부르거나 이르는 말’ 혹은 ‘나이가 많아 중년이 지난 남자를 대접하여 이르는 말’을 뜻한다. ‘검사 영감’처럼 ‘검사, 판사, 군수, 국회의원 등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을 의미하기도 한다.

요즘 나이든 부부끼리 흔히 쓰는 호칭 중 하나인, 마누라와 영감. 긴 세월을 거치며 그 의미가 변하여 격이 낮아지긴 했지만, 대비 마노라(마누라), 정삼품 영감과 같이 단어가 본디 담고 있던 뜻을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상대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이 더욱 굳건해지리라 믿는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전기차 시대 ‘정비 기사’가 없다…차세대 제조업 병목 [장인 없는 제조강국 下]
  • LG 트윈스와 손잡은 유플러스, ‘일상의틈’으로 프로야구 팬덤 공략 [가보니]
  • 은행 주담대 충족 신용점수 ‘940점’…밀려나는 중ㆍ저신용자들
  • '골때녀' 발라드림, 구척장신에 3-1 승리⋯새 맴버 장예원 해트트릭 달성
  • ‘2025 스타벅스 여름 e-프리퀀시’, 재빠른 수령 방법은? [그래픽 스토리]
  • 손흥민 첫 우승컵, 토트넘 레전드 된 캡틴 [종합]
  • "이게 연프야, 서바이벌이야?"…'데블스 플랜2'가 놓친 본질 [이슈크래커]
  • [종합] 뉴욕증시, ‘재정적자 부담’ 감세 예산안 통과 전망에 하락…다우 1.91%↓

댓글

0 / 300
  • 이투데이 정치대학 유튜브 채널
  • 이투데이TV 유튜브 채널
  • 이투데이 컬피 유튜브 채널
  • 오늘의 상승종목

  • 05.22 14:39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54,750,000
    • +2.83%
    • 이더리움
    • 3,660,000
    • +1.1%
    • 비트코인 캐시
    • 577,500
    • +3.4%
    • 리플
    • 3,357
    • +0.6%
    • 솔라나
    • 245,600
    • +2.46%
    • 에이다
    • 1,098
    • +3.1%
    • 이오스
    • 1,067
    • -3.09%
    • 트론
    • 377
    • -0.79%
    • 스텔라루멘
    • 415
    • +2.22%
    • 비트코인에스브이
    • 54,300
    • +7.52%
    • 체인링크
    • 22,790
    • +1.7%
    • 샌드박스
    • 459
    • +3.6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