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비싸다고 ‘저신용회사채’ 안사는데...SPV는 가산금리까지

입력 2020-05-26 18:01 수정 2020-05-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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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떨어뜨려도 미달인데…국책은행, 최대 100bp 가산금리 요구

정부와 한국은행,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이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저신용등급의 회사채 시장을 지원코자 특수목적기구(SPV) 설립과 국책은행을 통한 회사채 매입안을 발표했지만, 실제로 정책 혜택을 받고자 하는 수요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저신용 회사채의 금리가 떨어질 때로 떨어졌지만, 민간시장이 이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을 받으려면 가산금리까지 얹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20일 10조 원 규모로 운영되는 회사채·CP 매입기구(SPV) 설립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 기구를 통해 BBB등급 이하 채권도 매입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기구의 설립 기반이 3차 추경안에 있는 만큼 당분간은 산업은행이 전담해서 회사채를 매입할 예정이다. 그중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A등급부터 BBB등급까지의 저신용 회사채를 사들이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달 처음으로 개시되는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두산인프라코어(BBB0등급)만 유일하게 신청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A, BBB등급 저신용 회사채의 일평균 순발행액은 3월 116억 원에서 4월에는 -633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A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금액도 전달(1조2000억 원)과 비교해 4월에는 2000억 원까지 줄었다. 당장 회사채 조달이 어려운 게 사실인데 기업은 정부의 정책 프로그램에 손을 빌리지 않은 것이다.

국내 채권시장 연구원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저신용 회사채에 대한 금리는 3% 초반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리스크가 상당히 높은 채권인 데 반해 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기업으로선 누적된 부채와 낮아진 신용도로 인해 채권 가격을 더 하향해서 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그러니까 회사채가 전혀 순환하지 못하는 것이다. A-등급만 해도 수요가 공급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또 이들 기업의 등급도 점차 하향 가능성도 남아 있어, A등급 이하 시장은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들 기업이 정부 프로그램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정책의 조건이 실제 시장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발행기업의 시장조달 노력을 기울인다며 시장금리에 최대 100bp(1.0%) 이내로 회사채에 가산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 회사채 신속인수제의 경우는 20%를 자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미 민간시장에서 흡수되지 않는데도, 정부의 정책으로 회사채를 조달하려면 웃돈까지 얹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서 신청을 잘 하지 않을 것”이라며 “(프로그램 수요도) 정부의 가산금리 수준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라고 말했다.

이런 식의 매입이 되려면, 정부가 저신용등급의 회사채를 중점적으로 매입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제공해야 한다고 채권시장 전문가는 조언한다. 그래야만 신용 매입 주체들이 정책에 부합해 따라 매입하게 되고, 원하는 긍정적인 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최대 100bp의 가산금리 조건도 일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채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대로 최대 100bp를 얹으면, 충분히 시장에서 흡수가 된다. 기업으로선 정부 정책을 요구할 요인이 없는 셈”이라며 “A+ 위주로만 사주면 적극적인 게 아니고 저신용 중에서 하위등급을 적극적으로 매수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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