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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퍼지는 회사채 발행 시장, 앞다퉈 곳간 채우는 기업들

입력 2020-05-19 07:11 수정 2020-05-19 14:59

▲수요예측 결과
자료 현대차증권
▲수요예측 결과 자료 현대차증권
대기업들은 계획했던 회사채 발행 규모를 늘리며 자금 블랙홀로 떠올랐다. 저금리로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정부의 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시장이 안정을 되찾자 다시 투자에 나선데다 경기가 더 나빠지기 전에 곳간을 채우려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실물·금융시장 경색에 신용등급 추락 위험에 놓인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비용(가산금리) 내며 자금을 조달하는 실정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AA-’ 등급인 LG CNS는 회사채 발행금액은 3000억 원으로 늘렸다. 지난 7일 수요예측에 발행 예정액 1600억 원의 여섯 배(9300억 원) 의 뭉칫돈이 몰리면서 조달 규모를 늘린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이슈에도 3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1조4100억 원어치 자금이 몰렸다. 덕분에 발행 규모를 모집액의 2배인 6000억 원으로 확대했다.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4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온 LS일렉트릭(옛 LS산전)은 공모채 발행액을 1500억 원으로 늘렸다. KB금융지주는 4000억 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수요예측 결과 기관투자자가 몰리면서 발행액을 1000억 원 늘려 자금을 조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00억 원 증액한 1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CJ대한통운은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총 4600억 원의 자금을 모아 계획보다 500억 원 늘려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 외에도 동아쏘시오홀딩스, 아주산업, 롯데지주, 롯데쇼핑, 포스코에너지, 메리츠증권 모두 증액 발행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증액발행은 회사채 시장에서 다양한 목적에 따라 일상적으로 발생하지만 최근에 잇달았던 증액발행은 목적이 같다”며 “3월부터 가파르게 치솟았던 기업어음(CP) 금리가 최근 안정세를 찾는 등 회사채 수급이 유리한 상황에서 합리적인 금리에 최대한 많은 자금을 조달해 놓으려는 기업들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몸을 움츠렸던 기관들도 다시 투자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A+로 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 등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 매입 대상을 확대하고 코로나 대응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를 통해 여신전문금융사 회사채를 편입하기로 하는 등 신용 경색 진화에 나서자 기관들이 다시 발길을 돌렸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기업 간 온도 차는 여전하다.

현대차의 5년 만기 회사채 기준 발행금리는 연 1.81%였다. 채권평가사 평가금리(민평금리)에 0.05%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LG CNS와 같은 등급인 LS일렉트릭은 민평을 조금 웃도는 11bp(1bp=0.01%포인트)에 자금을 조달했다. 반면 대한제당(+70bp), 하나에프앤아이(+80bp), 한일홀딩스(70bp) 등 A급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기업 신용 전망이 좋지 않아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올해 상반기 수익성 악화 전망을 고려하면 한국기업의 부정적 등급 변동 추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P가 등급을 부여하는 한국 기업 중 약 33%가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거나 부정적 관찰 대상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이도 안 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어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커진다.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자연히 부실해지는 기업도 늘어날 수 있다. 대형 증권사 채권담당 임원은 “‘추락천사’(신용등급 하향)로 낙인 찍히면 글로벌 시장 확대나 영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한편 투자등급을 보유한 220개 개업이 1년 내에 갚아야 할 회사채는 33조1000억 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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