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가 원유개미에게 돌을 던지나

입력 2020-05-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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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다 버린 껌이 6억 원(39만 파운드)에 팔렸다. 박지성을 맨유로 데려가 우리에게도 친숙한 퍼거슨 감독의 껌이다. 퍼거슨 감독이 마지막으로 지휘한 경기에서 뱉은 껌을 한 관중이 가져가 경매사이트에 올렸다. 헌 껌이 아파트 한 채와 동등한 지위를 얻은 순간이다.

경제 원리는 간단하다. 쓸모없는 물건도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가격이 오른다. 자산가치를 잃은 마이너스 유가가, 그것도 현물이 아닌 선물 시장에서 뜻밖에 흥행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큰돈을 벌 것 같아서. 지난해 4월만 해도 3006억 원에 불과했던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이 올해 13조7317억 원으로 치솟았다. 일 년 만에 45배 급증한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돈이 될 것 같아서 투자는 했는데 정확히 어떤 상품인지 모른다. 괴리율이 왜 오르는지, 거래가 왜 정지되는지, 롤오버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다. 상품에 대한 이해 부족은 비단 투자자뿐만이 아니었다.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ETN을 “ETF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 안정적인 상품”, “세제 혜택 받는 상품” 정도로 소개할 뿐이다.

투자자는 억울하다. 한 투자자는 “선물 거래가 처음이라 증권사 상담원과 통화했는데, 현금주식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거래하면 된다고 했다”며 “여러 질문을 했는데 증권사에서 상담 직원에게 ETN에 대해 깊은 지식을 교육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예고된 사고다. 투자자와 증권사, 거래소의 안일함이 키운 참사다. 2014년 개설된 ETN 시장은 역사가 6년이 채 되지 않는다. 상품을 숙지 못하고 판매한 증권사, 돌발 상황을 예견하고 대비하지 못한 거래소, 투기성 마인드로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가 한데 엉키면서 경험이 부족한 신생 시장은 급격히 흔들렸다. 확실한 건 모두 교육이 부재했단 점이다.

증권사는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고 유동성 공급자의 역할을 제때 해야 했다. 거래소는 시장 안정성을 우선했다면 개인투자자의 진입을 막았어야 했고, 시장 활성화를 우선했다면 안전장치를 충분히 준비해야 했다. 투자자는 상품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투자 판단을 해야 했다. 모두가 부족했던 만큼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이 그랬듯 이번 사태로 ETN에도 빙하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위험한 투기판’이란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과거 경험상 불신은 또 다른 사고를 일으켰다. 이럴 때일수록 자본시장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 필요하다. 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건강한 시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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