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도 위험한 코로나19 사이토카인 폭풍…치료제 개발되나

입력 2020-04-23 05:00 수정 2020-04-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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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4-22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사이토카인 폭풍 억제에 초점을 맞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코로나19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주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면역반응으로 사망…사이토카인 폭풍이란 = 코로나19에 앞서 유행했던 사스(SARS), 메르스(MERS), 에볼라, 조류독감 등의 감염병은 사이토카인이 대량으로 분비돼 심각한 급성 염증을 유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과도한 면역 물질이 분비돼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면역 과잉반응을 말한다. 혈관 및 조직을 파괴하고 폐나 간 등 주요 장기를 손상해 다발성 장기부전 및 저혈압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다.

통계적으로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는 코로나19 환자의 치명률이 높지만, 20대 젊은 환자에게서도 병이 악화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 사이토카인 폭풍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병이 있는 노인은 바이러스를 이겨내지 못해 코로나19가 악화하는 반면 젊고 건강한 사람은 면역 체계가 강력해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면역 과잉반응이 발생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가 심장질환을 유발한다는 학계 보고가 이어지면서 바이러스에 맞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이토카인 폭풍이 심장에 분포하는 정상 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는 가설이 힘을 얻는 추세다. 최근 국내에서도 21세 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급성 심근염 증상을 보인 바 있다.

◇글로벌 제약사, 신약 재창출로 중증 환자 타깃 = 스위스에 기반을 둔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류마티스성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성분명 토실리주맙)로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예방대응본부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임상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330명의 환자를 모집한다. 악템라는 인터류킨-6(IL-6)를 억제해 면역반응을 감소시키는 기전으로 국내에서는 JW중외제약이 독점 판매한다.

이탈리아 브레시아 대학 연구진은 21일(현지시간) 악템라로 치료받은 코로나19 환자 중 77%에게 효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브레시아 시립병원에서 악템라를 투여한 100명의 환자 가운데 77명은 호흡 상태가 개선 또는 안정화됐다. 이 중 61명은 흉부방사선 검사에서 폐 손상이 현저히 감소한 것을 확인했으며, 15명은 퇴원했다. 이번 결과는 7월 자가면역 리뷰 학술지(Autoimmunity Reviews)에 실릴 예정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는 급성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중증 폐렴과 면역 과잉반응으로 나타나는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며 "이번 연구는 악템라에 대한 반응이 임상적으로 유의하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보건부 산하 의약품심사기관(AIFA)은 330명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악템라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일본에서도 임상 3상을 추진 중이다. 앞서 중국은 2월부터 코로나19 환자 188명을 모집해 악템라 임상을 진행, 5월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바젤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는 미국의 바이오벤처 인사이트와 함께 '자카비'(성분명 룩소리티닙)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3상에 최근 돌입했다. 회사는 이번 임상을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한 사이토카인 폭풍을 자카비가 어느 정도 개선할지 알아볼 계획이다.

자카비는 표적 치료제로 골수섬유화증과 관련된 JAK 신호체계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3년 최초의 골수섬유증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국내 기업도 임상 진입 위해 박차 = 이뮨메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HzVSF'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아 현재까지 7명의 환자에게 투여했다. 이 가운데 6명은 에크모와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위중한 환자였다. 투여 결과 7명 중 4명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모두 사라지는 결과를 얻었다. 1명은 전이성 폐암으로 사망했다.

이뮨메드는 이번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달 내 결과보고서를 발표하고 6월 중 식약처에 임상 2상을 신청, 7월부터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HzVSF는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하던 바이러스 억제물질이다. 이뮨메드는 치료목적 사용 환자들이 호전되는 데 HzVSF의 효과가 주도적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현재 가장 주목받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사이토카인 폭풍에 치료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병용투여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안병옥 이뮨메드 대표는 20일 HzVSF의 개발 경과를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물론 동남아, 남유럽 등에서도 HzVSF의 긴급임상 또는 인도적 치료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이탈리아에서도 동정적 사용과 임상 2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셀리버리는 사이토카인 폭풍 억제 중증패혈증 치료신약 iCP-NI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 전문위탁연구기관을 통한 효능평가 결과와 국내에서 도출한 안전성 데이터 등을 합쳐 미국 FDA에 코로나19 확진환자 대상 신속 리뷰 또는 패스트트랙 임상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식약처 임상도 동시에 진입할 예정이다.

iCP-NI는 기전특이적으로 현존하는 20여 종의 염증성 사이토카인들의 생성을 제어해 중증패혈증을 치료할 수 있다.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인한 폐섬유화에 대한 치료효능도 확보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셀리버리 관계자는 "올해 안에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진입을 목표로 투트랙 전략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면서 "비임상 단계에만 100억 원을 투자해 임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웅테라퓨틱스와 대웅제약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함께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의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실험에서 렘데시비르 대비 40배 높은 코로나19 항바이러스 활성을 보였지만, 경구 복용 시 인체 내 혈중농도 유지가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네이처커뮤니케이션에 실린 독일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니클로사마이드는 세포에 직접 작용해 자가포식작용을 활성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 이는 내성이나 변이가 생길 가능성을 낮춰 렘데시비르보다 코로나19 RNA바이러스 증식 억제 효과가 높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니클로사마이드의 혈중농도를 유지하는 새로운 제형 개발에 성공한 대웅테라퓨틱스는 난치성 폐질환 치료제로 동물실험에서 폐조직 점액질 분비 저해를 통한 호흡곤란 개선 효과와 염증세포 침윤 억제를 통한 사이토카인 폭풍 제어 효과를 확인했다. 5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장류 효능시험을 거쳐 7월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예정이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보다 개발 속도가 뒤처진 우리 기업들이 치료제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총 9건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이 승인됐지만 이 중 상업화 임상은 렘데시비르와 부광약품의 '레보비르'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승인받은 자가면역질환 약물들이 있어 현재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하는 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이 활발하다"면서 "신약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만큼 바이러스가 종식되면 기업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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