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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동학개미운동과 한국판 양적완화(?)

입력 2020-04-07 17:35 수정 2020-04-07 18:51

김남현 자본금융 전문기자

“월급은 알게 모르게 줄어. 정년퇴직할 날도 얼마 안 남았어. 이번이 10년 만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 공무원이다 보니 대출금리도 낮아. 이번 기회에 빚을 내서 주식투자를 해보려는데 어때?”

최근 50대 중반을 넘어선 대학 선배와의 전화통화 내용이다. 친한 선배이지만 실로 오랜만에 나눈 전화통화가 주식투자 상담이었다. 최소 보름 내지 한 달은 더 지켜본 후 투자하시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에 주가가 폭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몰리고 있다. 오죽 많았으면 세간에서는 이를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라를 살리고자 했던 동학농민운동의 절박했던 심정과 같이, 10년 만에 찾아온 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인 셈이다.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심정이야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묻지마 투자’가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증권 객장이 때아닌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삼성전자 투자를 위해서는 같은 삼성계열인 삼성증권에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 개인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란다. 1989년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찍자 시골에서 논 팔고 소 팔고 주식투자에 나섰던 개미투자자들을 연상하기 충분하다.

동학개미운동의 이면에는 한국판 양적완화(?)도 한몫한다. ‘한국판 양적완화’에 물음표를 붙인 이유는 뒤에 얘기하기로 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언젠가는 치유될 것이고, 이후 남는 것은 양적완화로 인해 풀린 유동성이니, 이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를 낙폭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충분하다고 기대하는 것이다.

실제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경험이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한다. 당시 주가가 폭락하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까지 낮췄고, 이후 수차례 양적완화까지 단행하자, 주가는 이내 고공행진을 펼쳤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 6000포인트대에서 10년이 지난 올 2월 2만9000포인트대까지 치솟았다. 코스피지수도 이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2008년말 900포인트대에서 2011년 초 2200포인트대까지 수직 상승했다.

반면, 현재 미 연준(Fed)이나 한국은행이 취한 조치는 금융위기 당시 폈던 양적완화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의 조치가 양적완화로 불린 것을 일각에서는 언론의 무지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당국의 실수가 더 커 보인다. 실제,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26일 석 달간 무제한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결정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같지 않느냐는 질문에 “양적완화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연준은 차치하고서라도 한은만 놓고 보면 최근 취한 조치들은 사실상 대출이다. 600억 달러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통해 최장 84일 만기로 외화대출을 실시하고 있고, 무제한 RP 매입도 기껏해야 최장 91일 만기로 원화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그것도 최소한 은행채 등을 한은에 담보로 맡겨야 한다. 그나마 양적완화라고 할 만한 건 1조5000억 원 규모로 국고채 단순매입을 한 정도다. 최근 한은이 영리기업을 지원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한은법 80조가 논란이지만, 실제 이를 통한 지원이 이뤄진다고 해도 기껏해야 1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양적완화는 자산매입을 통해 자산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반면, 현재의 대출정책은 자산가격 상승과는 무관하다. 기껏 3개월 정도 풀리는 자금으로 투자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금융위기 때는 중앙은행들이 팔을 걷어붙였지만, 지금은 재정이 주도하고 있다. 이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밝혔듯 양적완화가 금융버블만 키웠을 뿐 실물경제엔 별 효과가 없었고, 다음번 위기가 온다면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이 주도해야 한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동학개미운동의 1분기 성적은 초라했다. 요 며칠 주가가 반등하고 있지만,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7일 보고서를 통해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동학농민운동은 우금치전투에서 불꽃처럼 사그라졌다. 동학개미운동도 그 이름에서부터 암시하듯 결말이 좋을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기자의 선배가 실제 주식투자에 나섰는지는 모른다. 다만 요즘같이 변동성이 큰 장에서 그 선배는 물론이거니와 개미투자자들도 새겨들었으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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