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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금리 불안엔 증권사 PF-ABCP가 있다

입력 2020-04-05 08:31 수정 2020-04-05 14:09

일각 미래에셋·한투·메리츠증권 지목…한은 증권사 대출카드 만지작

기업어음(CP) 금리 급등세가 13거래일 만에 멈췄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증권사 부동산개발 자산담보부 기업어음(PF-ABCP)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벌써 PF-ABCP 발행이 많고, 은행과 연계되지 않은 증권사들을 지목하고 나섰다. 최근 한국은행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금융투자협회, 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한국은행)
5일 채권시장과 금융당국,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확산)에 패닉 분위기로 치닫던 회사채와 CP 등 크레딧채권시장이 채권시장안정펀드와 국책은행의 CP매입 프로그램, 한은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 금융시장 안정화조치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봤다. 실제 3일 CP91일물 금리는 전일 대비 4bp(1bp=0.01%포인트) 하락한 2.19%로 13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최근 12거래일 동안 CP금리는 87bp나 급등해 주요 채권금리대비 스프레드(은행 CD금리와 113bp, 국고채 3개월물 금리와 144.8bp)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9년 초 이후 가장 크게 확대된 바 있다.

반면, 시장안정화조치 사각지대에 있는 PF-ABCP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우선 당국의 시장안정화조치에서 벗어나 있는데다, 향후 포함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CP매입 프로그램에서는 기본적으로 우량한 A1등급과 기업 자금 용도로 사용되는 CP를 우선적으로 매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은이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RP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시작했지만, 여기엔 담보로 채권을 제공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한은이 무제한 RP매입을 위해 담보채 요건을 기존 국채 등과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에서 특수은행채와 은행채, 8개 공공기관채까지 확대했지만, 최근 빚 갚기에 여력을 소진한 증권사들로서는 이들 채권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증권사들은 해외 주요지수 하락에 따라 주가연계증권(ELS) 증거금 요구(마진콜)를 받은 바 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그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유동화회사의 ABCP 투자 규모는 131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이중 PF-ABCP 투자규모는 8조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6조5000억 원) 35.4%나 급증했다. 한은은 이 규모의 90%는 증권사가 주관한 것으로 추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관계자는 “당국의 안정화조치에도 불구하고 CP와 전자단기사채 시장은 굉장히 불안한데 이는 증권사 PF-ABCP 때문이다. 대부분 만기가 3개월짜리로 롤오버(만기연장)가 안되면서 증권사의 유동성이 마르고 있다”며 “이는 CP매입 프로그램에서도 사주지 않는 채권이다. 한은이 RP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담보자산이 남는 게 없는 증권사들로서는 도움이 안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은행을 끼고 있는 증권사들은 그나마 은행에서 돈을 꿔올 수 있지만, PF-ABCP 투자가 많았고, 은행 배경이 없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들 증권사는 지난해 말 한국신용평가의 부동산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 방안 발표 당시에도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져(리스크에 노출된 금액)는 메리츠종금증권이 7조4000억 원(부동산관련 여신 2조3000억 원, 부동산PF 채무보증 5조1000억 원), 한국투자증권이 2조6000억 원(각각 7000억 원, 1조9000억 원), 미래에셋대우가 1조6000억 원(각각 4000억 원, 1조1000억 원)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PF 관련 4월 만기도래분만 6조4000억 원 정도로 보고 있다. 분양 등 확보된 채권은 차환이 안 될 이유가 없지만, 해외 대체투자와 관련해서는 차환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이 서둘러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방안 검토를 발표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때문이란 지적이다. 앞선 시장관계자는 “한은의 비은행 금융회사에 대한 직접 대출은 증권사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미래에셋과 한투, 메리츠 3개사일 것”이라며 “실행이 된다면 어느 정도는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한은의 이 같은 지원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 RP매입은 담보채권이 있어야 하는데 증권사들이 다른데 썼을 수 있고, MBS나 공사채는 별로 갖고 있지 않다. 딱히 증권사 자금 상황을 터준다고 보기엔 이르다”며 “이 때문에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방안을 꺼낸 것 같다. 효과는 있겠지만, 특혜의혹을 감내할 만큼 긴박성이 있느냐가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 증권사 채권본부장은 “증권사CP나 부동산이나 수익성 확약CP들이 문제다. 그동안 수익을 많이 냈던 것을 어렵게 됐다고 (CP매입 프로그램이나 한은 등이) 받아주려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여론도 별로 안 좋은 것 같다”며 “규모도 크고 워낙 엮인 곳들이 많아 큰 부담이다. 이번에 좀 정리가 되긴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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