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신종 코로나 영웅’ 리원량을 추모하며

입력 2020-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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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을 처음 세상에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이 7일(현지시간) 자신도 신종 코로나에 걸려 34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고(故) 리원량의 숭고한 넋을 기리면서 다시금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에는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의사 동창 7명이 있는 웨이보 대화방에 신종 코로나 진원지로 여겨지는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확진 환자들이 발생했다는 글을 올려 중국에서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러나 이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중국 공안에 끌려갔다가 반성문 성격의 ‘훈계서’를 쓰고 풀려났다.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가 최초로 포착된 시기는 지난해 12월 초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초부터는 주요 외신들도 ‘미스터리 폐렴’이라며 신종 코로나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춘제(설날) 연휴를 전후해 우한 등 후베이성 지역을 봉쇄하는 등 비상 조처를 하고 전 세계가 공포에 빠지기 전에 이미 신종 코로나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계속 흘러나온 것이다.

만일 중국 정부가 초기에 신종 코로나를 덮어두기보다는 신속하고 투명하게 해당 사실을 공개하고 행동에 들어갔으면 전염병 확산 충격이 지금보다 훨씬 덜했을 것이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신종 코로나가 세계적 이슈로 터지기 전인 지난달 8일 기사에서 중국 정부가 전염병에 관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삭제하고 해당 소식을 전한 사람들을 체포하는 등 바이러스 전염을 막는 것보다 정보 흐름을 차단하는 데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이때부터 신종 코로나가 세계적 재앙이 될 조짐은 뚜렷해진 것이다.

중국 당국은 ‘신종 코로나 영웅’인 리원량의 죽음을 놓고도 이해할 수 없는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혼선을 빚게 했다. 처음 리원량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것은 6일 밤이었다. 글로벌타임스 등 일부 중국 관영언론들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로 이 소식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런 뉴스는 금세 리원량이 아직 살아 있으며 긴급 소생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으로 대체됐다. 결국, 그가 근무했던 우한중심병원이 7일 오전 3시 리원량이 사망했다고 확인하면서 소동이 끝났다.

블룸버그통신은 리원량이 사망하기 전 마지막 수 시간은 중국 관리들이 신종 코로나 전개 사항에 대해 투명한 업데이트를 제공하기보다는 오직 국가적으로 뉴스를 검열하고 관리하는 데 더 관심이 있다는 주장을 입증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리원량은 생전 중국과 세계에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의 존재를 경고하고 죽음에 이르러서는 중국의 신종 코로나 대처에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 있는지를 알린 셈이다.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 정부도 전염병 예방과 대처에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상기하고 신종 코로나 퇴치를 위한 정보교류와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편 젊은 리원량의 사망은 과로에 시달리는 현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가 그만큼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중국 당국은 전염병과의 전쟁 최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의 건강은 환자 치료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그들의 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baejh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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