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완의 복지 플랫폼] 바이러스와 전쟁 중인 복지국가

입력 2020-0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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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9-nCoV, 현재 전 세계에 급성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식 명칭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일률적인 질병관리와 소통을 위해 이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만 부르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끊임없이 진화하며 변종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2년 발발하여 2015년 한국으로 번진 메르스(MERS·중동급성호흡기증후군)도 코로나바이러스였다.

바이러스만 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과 4년 전,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이후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도 발전하고 있다. ‘제2차(2018~2022)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기본계획’은 기존의 감염병 대응책의 한계와 성과를 명확히 진단하고, 감염병 대응의 현대화와 공중보건 조직의 강화와 인력 확충, 지자체와 민간기관, 타 부처와의 협력체계 강화 등을 제시하던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총괄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바이러스 발발 직전인 2019년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 신뢰와 보건의료 분야의 리더십은 질병관리본부의 전문성에서 나올 수 있기에 무엇보다 직원들의 전문 역량을 높이는 데 힘쏟고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바이러스 테러에 대한 대응은 적어도 메르스 때에 비하면 질병관리본부의 지휘하에 방역활동과 대국민소통에서 과거에 비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업그레이드된 역량도 확인할 수 있다. 차분히 마스크 착용을 실천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시민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부에서 공개한 정보를 이용해 확진자의 동선을 한눈에 보는 코로나 맵, 세계의 실시간 현황 등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소식을 한눈에 담은 사이트들이 일반인에 의해 개발되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다만 확진자의 개인정보 유출과 일부 국민들의 과도한 비난은 여전히 아쉽고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정책적 대응에도 아직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공공 전문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 예컨대 현재 전국 질병관리본부 소속 중앙 역학조사관 77명 중에, 역학 업무 전문성을 인정받는 전문임기제 인력은 32명에 불과하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방역 최전선에서 환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접촉자를 걸러내는 핵심 인력이다. 일자리 문제를 걱정하면서도 매번 감염병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필요한 전문인력이 늘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큰 모순이다. 전문성이 요구되고 미래 수요가 높은 보건 분야의 일자리를 확충하고 이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은 여러모로 득이 된다.

특히 이번에 가장 확연히 드러난 것은, 감염병에 대응해 기초 역량이 강화되어야 하는 영역이 비단 방역체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경유자의 입국제한 조치 수위가 다른 인접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설정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은 한국의 방역체계 통제권이 외교관계에 제약받을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일본이 자국민의 접촉자 통보를 중국에만 알리는 상황을 통해, 입국자 정보를 국적 국가뿐만 아니라 출국한 나라에도 공유하도록 국제보건규약에 지침을 마련하는 일도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국 공장들의 셧다운이 한국의 자동차 및 배터리와 태양광 산업 등을 마비시키는 상황에서, 국내 산업발전을 위해 장기적 다변화 전략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바이러스 테러에 대응하는 재난 대응 전략이 외교와 경제, 사회 부문 등 전방위적 상호 유기성을 가지고 확대되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20XX-nCoV 혹은 또 다른 신종 인플루엔자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학발전으로 미생물에 대한 지식이 확대되고 있지만, 미생물의 진화 속도가 워낙 빨라 미래에도 감염병 정복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낙타, 박쥐, 돼지 등의 가축이나 야생동물로부터 혹은 그들을 매개로 발생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최근 여러번 반복되는 중국발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중국의 식문화는 끊임없는 구설에 오르고 있고, 식품으로 판매되는 야생동물시장은 신종 병원체의 배양소로 간주되고 있다. 이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이어지는 조짐을 보인다.

감염을 일으키는 생물학적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특정 인종, 지역에 대한 혐오도 심각한 문화적 바이러스다. 병리학적 시각으로 특정 문화를 비난하기보다 더 근원적으로 생태계와 인간, 동물의 ‘상호 의존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세계보건기구와 각국의 위생 당국은 인간, 동물, 환경 사이의 연계를 통해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원 헬스(One Health) 개념을 토대로 다학제적 협력을 통해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놓고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이 앞으로의 과제다.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속히 진정되기를, 오늘 이 시각에도 바이러스와의 전쟁 현장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있는 한국과 중국, 세계의 모든 의료진, 환자분들과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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