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에서 파격으로…2020 리더십 리부팅

입력 2020-01-05 11:00 수정 2020-01-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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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 파괴, 자율성 및 솔직함 추구, 활발한 소통… 리더십 정의 새로써

▲최태원 SK회장이 지난해 경기 성남시 한 음식점에서 분당지역 구성원들과 번개모임 형식의 98차 행복토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SK)
▲최태원 SK회장이 지난해 경기 성남시 한 음식점에서 분당지역 구성원들과 번개모임 형식의 98차 행복토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SK)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압축 고도성장 기간 우리나라 기업 오너들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조직을 이끌었다. 산업 시대의 목표는 규격화였고, 이를 위해선 조직의 명령에 따라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했다. 조직의 리더는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을 독려했고, 성과를 만들어 냈다.

최근 들어 젊은 오너 3ㆍ4세가 기업 수장에 오르면서 조직 리더십도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리더십 리부팅(Rebooting)’이다. 컴퓨터를 재시동한다는 뜻의 리부트는 말 그대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4차 산업 시대와 밀레니얼ㆍZ세대의 등장 등 새로운 사회 변화 속에서 조직 오너들도 리더십에 재시동을 걸었다.

정해진 형식을 추구하고, 총수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조직원을 이끌어가는 게 기존의 리더십이었다면, 리부트한 리더십은 기존의 틀을 싹 벗어던진다.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수평적 관계, 자율성, 솔직함 등을 무기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직원들과 소통한다.

이 같은 리더십의 변화는 그동안 서서히 이어져 왔는데, 올해부터 본격적인 틀을 갖춰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재계 신년회와 신년사에 리더십 리부팅의 힌트가 있다.

신년회 형식을 파괴했고, 총수 존재감도 낮췄다. 과거 ‘무조건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인정하며 구성원들과 함께 노력하자는 메시지가 주류를 이뤘다.

SK그룹은 ‘신년사 없는’ 신년회를 개최했다. 대신 여러 이해관계자 인터뷰, 특별 초청한 이해관계자 대표들의 현장 발언, 신입사원을 포함한 구성원의 대담 등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SK 관계자는 “이처럼 파격적인 방식의 신년회를 도입한 것은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를 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고 이루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나선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나선 정의선 수석부회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올해 5대 혁신 과제 가운데 하나로 ‘조직문화 혁신’을 내세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역시 연초부터 파격적 모습을 보였다. 그룹 총수가 무대 위 단상에 올라서 ‘올해 판매(매출)목표’를 강조했던 이전과 달리, 행사를 비전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이정표를 제시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특히 이날 신년회에서는 무대 위 단상이 사라졌다. 정 부회장 역시 무대 위에서 대기하는 게 아니라 객석 중간에 앉아 있다가 무대 위로 올라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가속하는 것을 목표로 직급과 호칭 체계를 축소 또는 통합했다. 초급 간부 연수회에는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등장하는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며 다가서기도 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했다.  
 (사진제공=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2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 직접 참석했다. (사진제공=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리더십 리부팅의 대표 주자다.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 달라”며 파격을 유도했고, 주요 회의 때 넥타이를 먼저 풀고 성큼 임직원 앞으로 다가서고 있다. 올해 신년사는 임직원을 불러 모으지 않고 동영상으로 만들어 전 세계 LG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새해 첫 현장 경영 자리에서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며, 이를 개선하고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지만 ‘위기’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신상필벌(信賞必罰)로 불리는 조직의 원칙도 허물어지고 있다. 중요한 성과는 보상하되, 악의가 없는 실패는 오히려 독려하는 식이다.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내 아이디어에 창업 기회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인 ‘하이개라지(HiGarage)’를 출범했다. 전담 조직에서는 근무시간 자율제와 절대평가 기준 인사평가 실시로 창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이 기간 내 사업화에 실패해도 재입사를 보장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리더십의 형태 역시 바뀌고 있다”며 “리더 스스로 취약함을 인정하고, 조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데서 혁신과 지속 성장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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