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시대 저무는 실리콘밸리...가장 큰 과제는?

입력 2019-12-04 17:24 수정 2019-12-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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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경영인 시대 가속화...자유로운 기업문화 등 ‘스타트업다움’ 유지가 관건

미국 실리콘밸리의 리더십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기업 대부분이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해 거대 공룡 기업으로 성장하다보니 경영에는 미숙한 게 사실. 그러다보니 창업자보다는 전문 경영인에 대한 절실함이 요구되고 있다. ‘구글니스(GOOGLENESS, 구글다움)’를 모토로, 구글을 창업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갑작스러운 퇴장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보인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왼쪽)과 래리 페이지. AFP연합뉴스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왼쪽)과 래리 페이지. 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페이지와 브린은 공동 서한을 통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만약 회사가 인간이라면 구글은 21세 성인. 이제는 자립할 때다”라며 퇴임 이유를 설명했다. 2015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후 회사가 자리를 잘 잡아 알파벳과 구글에 더는 2명의 CEO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업계에서 페이지와 브린은 괴짜로 통했다. 두 사람은 지주회사 CEO와 사장이면서도 공식 석상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심지어 페이지는 작년 미국 의회의 청문회 출석 통보도 거부, 페이스북과 트위터 CEO 옆에 마련된 자리를 비워둬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이젠 끝이다. 알파벳과 알파벳 매출의 99% 이상을 벌어들이던 구글의 경영을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에게 모두 넘긴 것이다.

페이지와 브린 두 공동 창업자는 피차이에 대해 “알파벳이 설립된 이래 우리가 더 이상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강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페이지와 브린의 퇴장은 실리콘밸리에 창업 세대의 시대가 저물고 전문 경영인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2019년 11월 20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애플 공장에서 팀 쿡 애플 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2019년 11월 20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애플 공장에서 팀 쿡 애플 CEO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애플 공동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팀 쿡 CEO 역시 전문 경영인 축에 속한다. 잡스 사망 전 경영을 물려받은 쿡은 현재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격해지는 가운데,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애플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CEO 역시 모바일 시대 도래로 PC용 운영체제(OS) ‘윈도’가 꺾이자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 시가총액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1위를 탈환했다.

알파벳의 미래를 책임질 피차이도 전문 경영인에 속한다.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맥킨지앤컴퍼니를 거친 피차이는 안정감과 균형 감각이 뛰어난 경영자로 평가받는 인물. 특히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IT 공룡 기업의 해체론이 거세지고,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가운데 적임자로 손꼽힌다.

일각에서는 페이지와 브린의 퇴장을 계기로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와 아마존닷컴 제프 베이조스의 퇴진론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서 거센 비난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베이조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공격을 받고 있다.

다만,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무조건 앞날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창업 초기의 초심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구글의 경우, 대기업으로서의 책임과 구글다움을 어떻게 양립시킬지가 가장 큰 과제다. 현재 구글은 전 세계에서 직원이 10만 명이 넘는 데다 대학 캠퍼스 규모의 대형 사옥, 자유로운 기업 문화 등 ‘스타트업다움’이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원천이었다. 하지만 전형적인 기업 문화에 익숙한 전문 경영인이 이런 문화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모든 IT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2004년 구글이 기업공개(IPO)를 할 당시, 페이지와 브린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구글은 평범한 회사가 아니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고 적었다. 관습에 얽매이는 평범한 기업이길 거부한다는 다짐이었다. 3일 보낸 편지에서도 이들은 이 문구를 인용하면서 ‘구글다움’이 유지될 것이란 생각을 나타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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