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아영의 발명 이야기] 1%의 영감, 또 하나의 1%

입력 2019-1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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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 바이오메디대학 교수

발명하면 으레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고유명사가 있다. ‘발명왕 에디슨’. 어찌 보면 이제는 보통명사화되었는지 모르겠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던 그는 평생에 걸쳐 연구에 게을리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그가 사실은 “1%의 영감 없이 99%의 노력만으로는 천재가 될 수 없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1%의 영감이란 창의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발명에 있어 노력의 방향을 결정해 주는 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실제 해야 할 무수한 실험과 그 반복은 어찌 보면 최초의 영감에 기초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발명이 번득이는 아이디어의 착상에서 비롯되었고 실험은 그 아이디어의 확인물로 작용하는데, 오늘날은 이러한 창의적인 생각만으로도 그 권리를 인정받는 시대가 되었다. 원래 의미로서 발명의 기본요건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것이어야 하며 기술적 사상이 반영된 것이어야 하고 창작적인 것이어야 한다. 또한 산업상 이용 가능성이 있어야 하며 이에는 물건의 발명, 방법의 발명,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 등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발명이란 유형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지기 전 단계의 창의적인 생각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들 수 있다. 발명이라기보다는 독창적인 생각, 방식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넓은 의미의 발명의 범주에 들어온 것이다. 물리나 화학적 기반을 통해 세상에 없었던 어떤 유형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발명이라는 고정적 틀이 깨지면서 사고의 전환 그 자체가 발명이라는, 발명의 개념을 보다 폭 넓게 만들어 준 것이다.

인류에게 많은 편리와 풍요를 가져다 준 발명의 이면에서, 남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안에서도 이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만들어지곤 했다. 오늘날에는 더 복잡해졌다. 그건 융·복합성 때문이다. 고전적인 과학의 경계가 무너지며 융합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이제는 오히려 그러한 아이디어들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2011년 처음 제기되었던 삼성과 애플의 소송은 한 가지 기술만이 특허 침해의 기준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 다른 기술의 복합성이 어우러져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차 소송까지 진행되었다. 하나로 정의되는 원천기술도 당연히 존재하지만 오늘날에 있어서 발명이란 원천기술로부터 파생되는, 그래서 융·복합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지는 아이디어들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렇게 넘쳐나는 아이디어들에 대해 통계적으로 결과치를 예상해보는 수학적 도구가 아이디어를 거르는 깔때기 역할을 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한 수학적 도구에서도 경제수학을 바탕으로 함수적인 도식 구조를 통해 아이디어가 갖고 있는 경제적인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한 관심사로 작용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명이 갖는 경제적인 가치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기는 하나, 효용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실험대에 서보지도 못하고 사형선고를 받는 아이디어가 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닭의 알을 품고 있으면 병아리가 부화할 거라고 생각했던 작은 믿음과 그 실험정신은 여전히 발명에 있어서 고귀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창의적인 생각만으로도 그 아이디어가 권리화되고 있으며 그것의 경제적 가치를 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발명이 유형적인 것을 넘어 무형의 가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아이디어 착상의 단계에서부터 권리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깨닫고, 선(先)예방적 분석을 통해 발명의 시작부터 출원과 등록의 마무리 과정까지 권리 보호 측면에서 분석해 주고, 넓은 의미의 연구개발(R&D) 과정으로 지원하고 있다. 남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아이디어가 되고 권리화를 거쳐 법적인 부분까지 보호를 받는 지금 시대에 있어서의 발명이란 전통적 의미의 발명이라는 개념을 많이 바꾸어 놓은 게 사실이다.

발명은 원천적으로 개인의 천재성에서 비롯된 현상이지만, 한편으로 창조적 아이디어가 사회적 필요에 의해 정립되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에디슨의 ‘1%의 영감’은 발명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넘쳐나는 아이디어 중 취사선택해야 할 고급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발명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또 하나의 1%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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