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현장] 긴장의 끈 놓지 않는 교도관들…툭하면 민원, 철야근무 후 바로 조사

입력 2019-10-27 11:24 수정 2019-10-2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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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치 정보공개 청구…독방 가기 위해 일부러 소란 피워

▲서울남부구치소
▲서울남부구치소

"신고합니다. 교도시보 김종용은 2019년 10월 24일부로 서울남부구치소 근무를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총무과장이 아침부터 피로회복제를 건넸을 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아니, 구치소 내 자판기에 피로회복에 좋다는 음료가 진열된 것을 보고 뒤돌아 나갔어야 했다. 교도관 근무복을 입고 찍은 1장의 셀카(셀프카메라). 이 순간이 구치소 내에서 미소를 띤 마지막 모습이었다.

◇ 휴대전화 등 소지품 보관함에…이석채 전 KT 회장 미결수 수용

"우리는 반(半) 징역 사는 것과 다름없어요."

구치소장에게 근무 신고를 마친 뒤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보안과 교도관과 함께 수용자들이 생활하는 수용동으로 들어갔다. 수용동 입구에서 휴대전화와 담배 등 소지품을 맡겼다. 수용자들의 자유를 제한한 만큼 해당 물품을 사용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서울남부구치소는 2011년 영등포구치소가 서울 천왕동 인근으로 이전돼 새로 지어졌다. 구치소 전체 면적은 19만1352㎡(5만7884평)다. 형이 확정된 기결수 400여 명을 포함해 총 2000여 명이 생활한다. 수용거실은 모두 728개로 '독방'으로 불리는 독거실이 393개, 여러 명이 사용하는 혼거실이 335개다.

재판이 진행 중인 미결수가 입소하는 서울남부구치소에는 현재 이석채 전 KT 회장, 강서PC방 살인사건 김성수,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씨가 미결수로 수용돼 있다.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017년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 등이 수용된 바 있다.

◇ 악성 민원에 괴로운 교도관들…새 수용자 들어올 때 가장 스트레스

"수용자가 의료과 내 주사기와 핀셋 개수를 알려달라고 정보공개청구 했어요."

수용동 의료과에서 만난 한 교도관의 말이다. 왜 이런 정보를 요구했을까. 치과 치료를 빨리 받고 싶은데 대기 기간이 길어서 그랬다고 한다. 교도관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ㆍ국민신문고 민원ㆍ정보공개청구 등 수용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교도관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날 만난 교도관들은 "악성 민원에 괴롭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들은 진정이 접수되면 야간 근무 후 퇴근하는 날 조사를 받으러 간다. 10년치 자료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에 업무 과중을 호소하기도 했다.

새로운 수용자가 들어오는 날엔 교도관은 극도로 긴장된 하루를 보낸다. 이들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직접 대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결핵, 매독 등 전염병을 보유하고도 숨기는 수용자도 있다. 이날도 32명의 수용자가 입소해 검진이 진행됐다.

▲서울남부구치소 수용거실
▲서울남부구치소 수용거실

◇ 식사시간 10분 남짓…야간, 교도관 40명이 수용자 2000명 관리

"오늘은 조용한 날이네요."

이게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했다. 보안과 교도관은 30분의 식사 시간이 주어진다. 수용동에서 식당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하면 실제 밥을 먹는 시간은 10분 내외다. 역류성 식도염이 직업병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만큼 촉박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야간기동대 근무를 시작했다. 앉을 틈도 없이 TRS(무전기)를 통해 수용자 간 싸움 발생 보고가 들려왔다. 즉시 뛰어 올라갔다. 이미 도착한 교도관과 함께 나오는 수용자가 주먹을 쥔 채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웃지 말라"는 교도관의 말에 수용자는 "왜 웃지 말라고 해! 법무부로 갈까(법무부에 인권 침해 민원 넣을까)"라며 응수했다.

야간에는 교도관 40명이 수용자 2000명을 관리한다. 동시에 상황이 발생한다면 조처가 약간 버거울 것 같기도 했다.

◇ 징벌 효과 없는 징벌방…대부분이 재범

"자해를 하고 소송을 걸거나 인권위에 진정을 냅니다."

징벌수용자가 있는 징벌사동. 소란, 싸움, 폭행, 부정 물품 등 사유는 다양하다. 수형자들의 자해를 대비해 수갑, 헬멧 등 보호장구를 채우기도 하지만 인권보호 차원에서 최소화하려고 한다.

혼거실에 있는 수용자가 독방을 쓰고 싶어 일부러 소동을 벌이기도 한다. TV 시청 불가, 구매 물품 취식 불가 외엔 특별히 징벌방 수용자를 제한하지 않는다. 이날 기준 징벌ㆍ조사 수용자의 수는 100여 명. 징벌의 효과가 없는 징벌방이 만들어진 결과였다.

◇ 서비스 요구하는 수용자…난감한 교도관

"교도관들 서비스가 최악이야."

25일 새벽 5시 출소한 수용자가 한 말이다. 무릎 수술을 받은 수용자를 위해 휠체어를 밀었다. 직접 택시를 불러 태우고 나서야 출소 업무가 끝났다. 수용자는 "밥도 맛있고 편하고 다 좋은데 교도관들 표정 좀 바꾸라"며 훈계한 뒤 떠났다.

수용동으로 돌아가면서 교도관은 "죄를 짓고 들어온 사람들이 교도관에게 서비스(?)를 요구한다"고 실소했다.

영화나 드라마 속의 교도관은 주로 폭행과 반말을 일삼고 수용자들을 괴롭히며 갑질을 한다. 고정관념이었을까. 교도관들도 자신의 주어진 업무를 담담히 수행하고, 퇴근 후엔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로 돌아가는 평범한 이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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