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시정 24시]不正이 父情이라고?

입력 2019-10-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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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차장

‘부정’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不正(올바르지 아니하거나 옳지 못함), 否定(그렇지 아니하다고 단정하거나 옳지 아니하다고 반대함)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 전반을 보고 있노라면 ‘부정’이 가득 차 넘치는 나라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 실태 감사에 따르면 5개 기관의 정규직 전환자 3048명 중 333명(10.9%)이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감사에서 드러난 서울교통공사의 부정(不正)은 우리 사회의 기회의 평등, 더 나아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말하는 공정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끔 한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지난해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무기계약직 1285명 가운데 친인척이 192명으로 14.9%를 차지했다. 우리 사회를 더욱 놀라게 한 점은 2016년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김군 사고’ 이후 안전관리 위탁업체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직접 채용하기 직전, 인사청탁을 통해 채용된 임직원 친인척 15명이 무기계약직이라는 기회를 얻어 정규직 직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직원들은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이중적 노동구조를 시정하기 위한 정책조차 자신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김군’과 같은 노동시장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사다리 걷어차기인 셈이다.

이 외에도 서울교통공사 직원 2명이 아들의 채용을 교통공사의 위탁업체 노조위원장과 이사에게 부탁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 밖에도 국회가 친인척 관계 직원 명단 제출을 요구하자 본인 아내 이름을 전환자 명단에서 삭제하는 등 사실과 다른 자료를 제출한 교통공사 인사처장 등 직원 9명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하고, 김태호 사장을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수십,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입사할 수 있는 공기업 정규직에 친인척을 뒷문으로 밀어 넣는 인사로 인해 정규직 전환과 취업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청년들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했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감사원으로부터 주의조치를 받고도 사과하기는커녕 발표 바로 다음 날 방송에 출연해 “칭찬받고 상을 받아야 되는 일을 감사원이 지적했다”며 “친인척 채용 비리는 확인된 게 없다”며 거꾸로 감사원을 비난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否定(그렇지 아니하다고 단정하거나 옳지 아니하다고 반대함)’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취업난과 비정규직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20~30대 청춘들이 고통에 시름하고 있다. 취준(취업 준비), 정규직과 비정규직,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20~30대 청춘을 짓누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 재직 친인척을 둔 이들만 쉽게 기회를 얻는다면 과연 공정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박원순 시장은 말대로라면 이번 서울교통공사의 문제는 채용 ‘비리’가 아닌 채용 ‘미담’ 사례가 되는 것이다. 不正(올바르지 아니하거나 옳지 못함)’이 아닌 ‘父情(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정)’이라고.

s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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