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규제 완화, 멈출 수 없다

입력 2019-09-05 17:41 수정 2019-09-0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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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본시장에는 파생상품연계증권(DLS) 관련 손실이 이슈화되고 있다. 문제가 된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과 영국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것인데 갑작스러운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원금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 이 상품은 만기 때까지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3~5%의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데 일정 수준 아래로 하락하면 상당 부분의 원금을 잃을 수 있다.

DLS 관련 손실 문제는 상품 자체보다는 이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DLS는 일반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에는 위험이 높은 상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위험한 상품이기 때문에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경우에는 상품 구조와 위험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DLS 판매 절차가 준수되었고 상품 구매자가 DLS 관련 높은 위험성을 인지했다면 최근의 문제가 크게 부각될 사안은 아닐 것이다. 상품 판매과정이나 상품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슈화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진상 파악 절차가 진행되겠지만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생각해볼 사안이 있다.

첫째, 도덕적 해이 문제이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시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정확한 공과를 따져서 사안별로 원인 규명이 진행되어야 하고 이를 기초로 보상과 같은 수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과거 금융상품 관련 문제 발생 시 포괄적 구제안이 마련되는 경우가 많았다. 포괄적 구제안은 사건수습이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는 장점은 있지만 무임 승차자가 발생할 문제도 있다.

실제 투자자가 파생상품 구매 경험이 있는 등 위험에 대한 사전 인지가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포괄적 구제를 받는다면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직원은 나중에 보상이 되므로 위험이 높은 상품을 판매하여 높은 성과보수를 취하려 할 것이다. 상품 구매자의 경우 위험한 상품에 가입하여 높은 수익을 취하거나 위험 발생 시 보상을 통해 원금을 보전받으려 할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 발생 소지 가능성을 낮추지 않으면 금융상품 관련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위험한 상품의 존재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파생상품과 같이 위험이 높은 금융상품 관련 문제 발생 때마다 위험이 높은 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교통사고가 위험하니 자동차를 없애자는 주장과도 다르지 않다. 금융시장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위험이 존재하고 이를 기초로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진다. 다양한 위험 스펙트럼 덕분에 다양한 수익률의 상품이 존재할 수 있다.

위험한 상품을 없애기보다는 위험과 수익 간의 상관관계를 잘 이해하고 자신의 목표에 맞는 금융상품을 골라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것이다. 다양한 상품과 다양한 투자자나 금융소비자가 공존하는 자본시장이 있어야 다양한 기업에 자금 공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셋째, DLS나 사모펀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자본시장 규제 완화 논의를 멈출 이유는 아니다. 한국은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이 상당 기간 지속되었고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저성장 구조로 경제 구조가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신성장 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의 상품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최근 한국도 자본시장 규제 완화를 통해 균형 잡힌 금융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일종의 금융산업 구조 개편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큰 그림에서 보면 금융시장에 일부 문제가 규제를 다시 강화해야 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금융시장에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자본시장의 규제 완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DLS 문제는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문제이지 관련 상품 시장 존재 여부와 무관한 것이다. 최근 제기되는 사모펀드의 문제도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문제 정도로 볼 수 있다. 오히려 규제 완화 속도를 높여서 모험자본시장이 더욱 성장하여 신성장산업을 육성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의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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