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흰소리와 신소리

입력 2019-08-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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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교열팀장

말은 사람의 품격을 대변한다. 말을 뜻하는 언어(言語)에는 ‘입 구(口)’가 세 개 들어 있다. 품격을 뜻하는 ‘품(品)’에도 ‘입 구(口)’가 세 개나 있다.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에는 이와 관련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문장이 나온다.

“나는 글을 쓰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면서 사람마다 인품이 있듯 말에도 언품(言品)이 있음을 깨닫는다. (중략) 말은 마음의 소리다.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의 구조가 흥미롭다. 입 구(口)가 세 개 모여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말은 중심을 잃으면 ‘소리’가 된다. 말과 소리는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우리말에 ‘소리’가 붙으면 대개가 부정적이다. 군소리, 볼멘소리, 허튼소리, 허드렛소리, 오만소리, 갖은소리…. ‘갖은소리’는 쓸데없는 여러 소리라는 뜻과 더불어 아무것도 없으면서 온갖 것을 다 갖춘 듯 뻐기며 하는 말의 의미도 있다. 만약 “쥐뿔도 없는 것이 갖은소리는…”이라는 핀잔을 들은 적이 있다면 반성하시라.

달콤한 말로 남의 비위를 맞추어 살살 달래는 ‘입에 발린 소리’도 있다. 속으로는 좋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좋은 척, 듣기 좋은 말을 할 때 어울린다. ‘발린’은 ‘바르다’의 피동형으로, 소리가 입에만 발려 있을 뿐 마음에는 없다는 뜻이다. 사탕발림, 입발림과 같은 말이다.

간혹 ‘입바른 소리’와 헷갈려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의미가 전혀 다른 말이다. 입바른 소리는 바른말을 하는 데 거침이 없다는 뜻이다. “입이 도끼날 같다”와 한뜻이다. 정의롭게 보일 수 있겠지만 남의 잘못을 사사건건 따진다면 많은 이들로부터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 “바른말 하는 사람 귀염 못 받는다”라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게 아닐 게다.

그렇다면 ‘흰소리’와 ‘신소리’는 각각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언중이 헷갈려 하는 가장 대표적인 두 소리이다. 흰소리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허풍을 떠는 말을 뜻한다. 거만스럽게 잘난 체하며 버릇없게 하는 말도 흰소리이다. 허황된 말인 헛소리와 뜻이 통한다. 경기도와 충청도 등지에서는 흰소리를 ‘쉰소리’라 말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형님을 ‘성님’, 힘을 ‘심’이라 발음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ㅎ’을 ‘ㅅ’으로 소리 내는 지방 특유의 사투리로, ‘쉰소리’는 국어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신소리는 좋은 의미가 담겼다. 상대방의 말을 슬쩍 받아 엉뚱한 말로 재치 있게 넘기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밑천을 아는데 신소리 말라고. 애아범? 사모나 한번 써보고 하는 말이야?”(박경리, 토지)처럼 ‘신소리’를 ‘흰소리’의 뜻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문학작품은 그렇다 치더라도 현실에선 구분해 써야 한다. ‘신소리’는 쓸데없는 말이나 터무니없는 말이 아니라 ‘재치’를 발휘하는 엉뚱한 말이다.

말이 쌓여 인격이 된다. 그러니 요란하고 잘못된 말은 쓰지 않도록 늘 마음을 써야 한다. 옛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말은 할수록 거칠어지고, 가루는 칠수록 고와진다.” 특히 공인이라면 명심해야 할 것이다. 거칠고 이치에 맞지 않는 말로 한 방에 훅 간 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국민이 매를 들면 왕후장상이라도 피할 도리가 없다. jsj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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