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현애살수(懸崖撒手)

입력 2019-06-11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백범 김구 선생의 자서전이자 일기이며 유서라고 할 수 있는 ‘백범일지’에 의하면 백범 선생은 청년 시절에 당시 황해도의 선비였던 고능선(高能善 1842~1922)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는데, 고능선 선생은 백범 선생이 결단력이 부족함을 알고 평생의 좌우명이 될 만한 글을 일러 주었다고 한다. “득수반지부족기, 현애살수장부아(得樹攀枝不足奇, 懸崖撒手丈夫兒)”가 바로 그 구절이라고 한다. “나무 가지에 높이 오르는 일은 결코 기이한 일이 못 된다. 벼랑에 매달려 있을 때 손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이다”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원숭이처럼 나무를 잘 타서 높은 가지 끝까지 오를 수 있는 사람을 일러 ‘참 기이한 재주를 가졌다’며 곧잘 칭찬하곤 하지만 실은 그렇게 나무에 잘 오르는 것은 기이한 일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벼랑 끝에 매달려 있을 때 구차하게 살려 하지 말고 과감하게 손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대장부라는 의미이다.

撒은 흔히 ‘뿌릴 살’이라고 훈독하여 물이나 농약, 전단지 등을 살포(撒布)한다고 할 때 주로 사용하는 글자이지만 ‘놓다, 놓아버리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撒手는 곧 ‘손을 놓아버리다’는 뜻이다. 벼랑에 매달려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느니 손을 놓아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이다. 백범 선생은 거사 직전의 윤봉길 의사에게도 이 시구를 들려주었다.

이 구절은 중국 남송시대 도천선사(道川禪師 1127?~1130) 시의 일부분인데 다음 구절은 “물이 시리고 밤공기가 싸늘하여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면, 빈 배인 채로 달빛만 싣고 돌아오면 되는 게지(水寒夜冷魚難覓,留得空船帶月歸.)”이다. 인생의 배는 반드시 뭔가로 채워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비우고 놓을 때 오히려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스스로 죽음을 택한 고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懸涯撒手를 실천한 진정한 대장부가 아닐까? 攀:오을 번, 懸:매달릴 현, 覓:찾을 멱.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트럼프 "호르무즈 군함 보내라"…청와대 "한미 간 긴밀 소통, 신중히 판단할 것"
  • 유가 100달러, 원유 ETN 수익률 ‘불기둥’⋯거래대금 5배↑
  • "10% 내렸다더니 조삼모사" 구글의 기막힌 수수료 상생법
  • 군 수송기 띄운 '사막의 빛' 작전⋯사우디서 한국인 204명 귀국
  • ‘래미안 타운 vs 오티에르 벨트’⋯신반포19·25차 재건축, 한강변 스카이라인 노린다 [르포]
  • 40대 이상 중장년층 ‘탈팡’ 움직임…쿠팡 결제액 감소세
  • 4분기 상장사 10곳 중 6곳 '기대치 하회'…반도체만 선방
  • 단독 '원전 부실 용접' 338억 쓴 두산에너빌리티 승소...법원 "공제조합이 부담"
  • 오늘의 상승종목

  • 03.1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5,471,000
    • +1.06%
    • 이더리움
    • 3,091,000
    • +0.91%
    • 비트코인 캐시
    • 683,000
    • +0.07%
    • 리플
    • 2,089
    • +1.7%
    • 솔라나
    • 129,800
    • +1.17%
    • 에이다
    • 389
    • +0.78%
    • 트론
    • 441
    • +0%
    • 스텔라루멘
    • 247
    • +2.07%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050
    • -2.82%
    • 체인링크
    • 13,530
    • +1.81%
    • 샌드박스
    • 123
    • +0.8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