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장관들과의 릴레이 오찬에는 18개 정부 부처 장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것도 한 번에 장관 네 명 정도를 묶어서 하는 오찬간담회는 당의 요청에 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30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오찬을 할 예정이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로 일단 다음 달로 연기됐다.
릴레이 오찬간담회는 해이해진 정부의 군기를 잡아 장악력을 높이는 동시에 공무원 사회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몇몇 장관들이 당청의 노골적인 불만 표출에 대단히 서운해한 것으로 안다”며 “이 대표가 장관들과 만나 이해를 구하고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자유한국당의 산불대책회의는 차관들의 집단 불참으로 썰렁한 모습을 보이는 등 대조를 이뤘다. 6개 부처 차관 일부는 전날까지도 한국당 주재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한전 부사장은 회의 5분 전에 “지금 여의도에 있지만 그렇게 결정됐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눈물까지 보였다. 한국당은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고 공세를 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도저히 상식적이라고 할 수 없다”며 “부처 차관들과 한국전력 부사장이 일제히 불참했는데, 청와대에서 불참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의 공무원을 문재인 정권의 문복(文僕)으로 만들고 있다”며 “못난 정권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복이란 ‘문재인 정부의 종’이라는 뜻이다.
평시엔 정부 관계자들이 먼저 야당을 찾는 게 보통이다. 여러 가지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차관들의 한국당 행사 집단 보이콧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당 작심 비판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설이다. 대통령이 한국당에 화를 낸 직후라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여당과 야당의 위상은 다르다. 여당은 대표나 원내대표, 정책위 의장은 물론 정조위원장이 콜해도 장관이 즉각 출동하지만 야당의 경우 장관을 부르려면 최소한 원내대표나 정책위 의장이 나서야 한다. “억울하면 정권을 잡으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여권은 추경안 등에 대해 ‘보이콧 파동’으로 감정이 상한 한국당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더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