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마약(痲藥)

입력 2019-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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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마약 청정지대로 여겼던 우리나라에서도 마약 관련 범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마약은 강한 습관성과 중독성으로 인해 한 번 사회에 퍼지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우리 사회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처음부터 엄하게 단속하고 처벌해야 한다.

마약은 ‘痲藥’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저릴 마’, ‘약 약’이라고 훈독한다. ‘저리다’는 본래 “몸의 일부가 오래 눌려서 피가 잘 통하지 못함으로써 감각이 둔하고 아리다”라는 뜻이다. 저린 증상이 오래되면 痲痹를 일으킨다. ‘痹’ 또한 ‘저릴 비’라고 훈독하는 글자로서 痲痹는 “신경이나 근육이 형태의 변화 없이 기능을 잃어버림으로써 감각이 없어지고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저림 현상과 마비 현상이 중추신경계에 나타나게 함으로써 일시적으로 환각성과 신체활동을 증가시키고 피로를 느끼지 않게 하며 기분을 좋게 하는 작용을 하는 약이 바로 마약이다. 그러나 한 번 중독되면 마약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름으로써 심신이 모두 망가져 폐인이 되고 만다. 참으로 무서운 약이다.

요즈음 이른바 ‘먹자골목’을 지나다 보면 ‘마약’이라는 말을 넣은 간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마약 불고기’, ‘마약 치킨’ 등이 바로 그런 예이다.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중간에는 도저히 멈출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다음에도 반드시 또 먹고 싶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는 맛있는 음식이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서 ‘마약’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인데 보는 순간 섬뜩함이 느껴진다.

마약은 결코 아무 데나 비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일상으로 먹는 먹거리를 마약에 비유해 선전하면 자칫 마약을 먹어도 되는 약, 심지어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약이라는 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 마약, 입에도 올리지 말아야 할 단어가 대중 광고에 버젓이 사용되는 현실이 황당하다. 반드시 제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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