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국산 스포츠카의 가능성 보여준 '스피라'

입력 2008-07-04 15:53 수정 2008-07-0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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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하면 차에 미쳤다거나 운전 실력이 뛰어난 이들만 타는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자동차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수록 스포츠카에 대한 열망은 자연스럽게 커지는 것이고 그러다보면 어느새 스포츠카의 오너가 되는 것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풍토가 조성되지 않아 그간 국산차 메이커들이 스포츠카 개발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몇 차례의 컨셉트카로 그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이고,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양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어울림모터스는 지난 6월 23일부터 국내 최초의 양산 미드십 스포츠카 스피라의 계약을 받으면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기자단을 대상으로 시승회를 열면서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스피라는 전투기로 따지면 F-16과 같은 경량 전투기에 해당한다. 차체 크기나 배기량 등을 볼 때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나 엔초 페라리 급의 슈퍼카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 시승을 해보면 4537mm의 길이에 이르는 크지 않은 차체에 강력한 파워가 옹골차게 채워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스피라는 컨셉트카였던 PSⅡ부터 지금의 모델이 나오기까지 6년간 휠베이스가 네 번이나 바뀌었다. 그만큼 최적의 조합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 셈이다. 서스펜션의 경우도 초기에는 르망 프로토타입에 많이 쓰는 푸시로드 타입을 썼으나, 양산 모델은 더블 위시본 타입을 채택했다.

더블 위시본 타입은 일반 도로에서의 승차감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조절식 댐퍼를 달아 운전자의 취향에 맞게 세팅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은 것이 장점이다. 따라서 이 차를 주문한다면 출고 후 차고나 캠버, 토 앵글 등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이날 시승회에 모습을 드러낸 모델은 스피라 터보와 스피라S 두 가지. 베이스 엔진은 현대 투스카니 엘리사에 사용되는 V6 2.7 델타 엔진으로, 슈퍼차저(스피라S)와 터보로 튜닝했다. 먼저 타본 모델은 스피라S다. 기본적인 실내구성은 터보와 같고, 차체 중량은 S모델이 50kg 가볍다.

최고출력 400마력에 이르는 스피라S는 아쉽게도 많이 타볼 수 없었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엔진 트러블이 생겼기 때문이다. 엑셀 케이블의 간섭으로 차를 컨트롤할 수 없게 되어 하는 수없이 터보 모델로 곧바로 갈아탔다. 하지만 이 스피라S는 미케니컬의 진단과 작업으로 다시 우렁찬 사운드를 내뿜으며 트랙에 올라섰다.

터보 모델의 최고출력은 500마력으로, S모델보다 100마력이나 높다. 최대토크 또한 58.3kg·m으로 S모델에 비해 18kg·m 가까이 높아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3.8초면 끝난다.

터보 모델은 상대적으로 차체 강성이 S모델보다 단단하게 느껴졌다. 숏 스트로크 타입의 변속기는 엔진 출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 2단에서 시속 90km까지 기록했다. 이러니 짧고 코너가 많은 원주 문막 트랙에서 3단 이상 넣을 일이 없었다. 슈퍼차저를 단 S모델과 달리 가속 때마다 ‘쉭~쉭~’ 하는 특유의 엔진음이 들렸는데, 이를 개인취향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점도 흥미롭다.

미드십 엔진의 장점은 앞뒤 균형 있는 무게배분이다. 스피라는 앞 48, 뒤 52의 무게배분으로 고속주행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차체는 고가의 카본 소재를 사용해 1080kg(스피라S)~1130kg(스피라 터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러한 균형 있는 무게배분과 가벼운 차체중량을 지녔어도 드라이버의 실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재는 FR(후륜구동) 세단을 타지만, FF 차를 오랫동안 몰았던 기자도 터보 모델로 처음 맞은 코너에서 그만 스핀을 일으키고 말았다. 엄청난 출력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탓이다.

요철을 만날 때마다 약간 삐걱대는 소리가 차체 뒤쪽에서 들렸으나, 이는 양산차에서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인테리어 역시 세련된 마감은 아니었지만, 시판모델이 아니므로 이에 대한 평가는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

스피라 같은 미드십 스포츠카의 단점(?)이라면 부족한 수납공간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포르쉐의 경우는 보닛 안에 여행용 가방이 들어갈 정도의 수납공간을 마련하고 있는데, 스피라는 라디에이터와 부동액 주입구 등이 달려있을 뿐 이러한 배려가 없다. 순수 스포츠카를 지향한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보기에는 좋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어울림모터스의 최지선 소장은 “양산모델에는 커버가 씌워진다”고 설명했다.

긴 코스를 장시간 달려보진 않았지만 스피라는 많은 부분에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2700cc라는, 스포츠카치고는 작은 배기량에서 400~500마력을 끌어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 개발 초기에 거론되던 포드의 V8 엔진을 쓰지 않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카는 그간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은 불모지였다. 이러한 풍토를 바꾸는 데에는 두 남자의 공이 컸다. 한명은 수년째 국산 스포츠카 개발에 몰두한 김한철 어울림모터스 개발본부장이고, 또 한명은 이를 열성적으로 후원하는 박동혁 어울림 네트웍스 사장이다.

특히 김한철 본부장은 프로토디자인 대표시절부터 고유 스포츠카 제작에 대한 열망으로 혈혈단신 스포츠카 제작에 나선 이로, 기자는 스피라의 전신인 PSⅡ 개발 초기부터 지켜봤던 터라 스피라를 보는 느낌이 남다르다.

스피라는 싱가포르와 네덜란드에 수출 길을 터놨고, 앞으로도 중동 등지로 수출지역을 넓힐 예정이라고 한다. 주문 후 2~3개월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수제 스포츠카 스피라는 여느 양산차와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돋보인다. 국내 자동차역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스피라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어울림모터스 스피라 터보

레이아웃-------미드십 엔진, 뒷바퀴 굴림, 2도어, 2인승 스포츠카

엔진, 기어----- V6 2.7ℓ 가솔린 터보 엔진, 500마력/58.3kg ․ m 수동 6단

길이×너비×높이-4357×1924×1216mm

서스펜션 앞/뒤--모두 더블 위시본

타이어 앞, 뒤---앞 225/40R18, 뒤 275/40R18

연비, 가격------ - , 1억3000만원

BEST---------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파워

WORST-------아쉬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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