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주주총회 ‘거수기’ 오명 벗을까

입력 2019-02-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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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지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기관들이 여전히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한국상장사협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을 확정한 상장사는 총 1018개사(코스피 413개, 코스닥 605개)다.

스튜어드십 코드 영향으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증권가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주총회에 참여하는 금융투자기관이 ‘거수기’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행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 제82조에 따르면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집합투자업자(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는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관련 내용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조치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결권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거나 묻지마식 찬성표를 던지는 금융투자기관이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273개사의 금융투자기관 중 절반에 못 미치는 125개사가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42개사만이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의결권 행사 전문인력과 의결권 자문사의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또 투자대상 기업과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소극적인 의결권을 던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의결권을 행사하고 반대표를 던지는 곳이 매년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2017년 96개사가 의결권 행사를 공시하고 36개사가 반대표를 던진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소폭 증가했다. 또 다수의 소형 자산운용사가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신규 공시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다. 다양한 안건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사례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자산운용은 코스닥 상장사 캔서롭의 정관변경 의안에 대해 “시가총액 규모를 고려하면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최대 발행 한도 증액이 과하다”며 “이로 인해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주주 권익이 훼손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했다.

교보악사자산운용도 코스피 기업 KB금융지주의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현재 이사회 활동으로 인해 기업의 주주가치가 명백히 훼손된 상태”라며 “과거의 정치 경력,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삼성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등도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며 의결권을 행사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바람이 불면서 고객의 돈을 위탁하는 기관의 책임감이 강조되고 있다”며 “향후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공시하는 집합투자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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