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주도 성장’ 버려야 한국 경제 미래 있다

입력 2018-10-04 06:00 수정 2018-10-0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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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올려 성장·분배’ 환상에 묻힌 1년 반 경제는 후퇴, 시장·기업 활력 키울 성장전략 새로 짜야

한국 경제가 고장 난 엔진으로 힘겹게 굴러가는 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불황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는 경제를 살려낼 성장 전략도,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다. 최대 버팀목인 수출부터 흔들린다. 9월 수출은 505억8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2% 감소했다. 누적 수출의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용이 너무 좋지 않다. 자동차·철강·선박 등 주력산업 수출이 급격히 줄고, 반도체 홀로 전체 수출의 24.5%를 떠받쳤다. 그런데 반도체도 경기고점론이 비등하다. 반도체마저 꺾이면 한국 수출의 치명타다.

성장의 수레바퀴인 생산·소비·투자도 바닥이다.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동향 조사에서 전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겨우 0.5% 늘었고 소비는 보합세였다. 무엇보다 설비투자가 6개월 연속 줄었다.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의 최장 기간 투자 감소로 경기의 장기 침체를 예고한다. 당연히 고용 사정은 최악이다. 실업자는 올 들어 8개월째 100만 명 이상으로 1999년 이래 최대이고, 8월 취업자수 증가폭은 작년 동기 대비 3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곧 나올 9월 통계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전망 또한 지극히 암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0%에서 2.7%로 낮췄다. 우리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 증가에 그쳐 미국(1.0%), 중국(1.8%), 일본(0.7%)보다 뒤처졌다. 글로벌 경기 개선의 흐름에서 한국만 낙오하고 있다. 고비용·저생산의 취약한 경제구조에 ‘소득주도 성장’의 잘못된 정책이 성장 동력을 고갈시킨 탓이다.

임금을 올려 소비를 늘리고, 기업 투자와 생산 확대를 이끌어 경제를 선순환시킨다는 논리는 그럴듯하다. 청년과 취약계층 일자리, 소득 양극화, 고령화 시대의 노후 빈곤 해결에 주안점을 둔 정책 방향에도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포스트케인지언(post-Keynesian)들의 ‘임금 주도 성장’이 원형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재정으로 공공 일자리 만들기 등의 방법론까지 같다. 하지만 임금을 올려 경제를 키우고, 분배와 복지로 성장을 일군 실증적인 성공 사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소득은 기업 투자를 통한 생산의 결과다. 생산성 개선 없는 인건비 증가는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일자리도 줄이는 게 상식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는 당연하다. 시장의 수용 능력을 무시하고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계층 일자리와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청와대의 집착은 여전하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생존의 벼랑에 내몰렸으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고통받는 현실에 눈감고 있다. 부작용을 메우려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는다. 세금을 퍼부어야 지탱되는 정책은 지속 불가능한 엉터리다.

‘소득 주도’의 환상에 묻힌 지난 1년 반 경제는 후퇴했다. 성장의 정상 궤도는 기업의 투자가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경로인데 정부는 거꾸로만 가고 있다. 경제는 이념적인 구호가 아니라 시장이 움직인다. 현실 모르는 얼치기 학자들의 뜨거운 가슴만을 앞세운 선의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 길은 하나다. 소득 주도 성장의 미망(迷妄)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경제 정책을 혁신해야 한다. 빨리 시장과 기업의 활력을 극대화할 성장 전략을 처음부터 새로 짜지 않으면 나라 경제를 되살릴 기회를 놓치게 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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