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두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달성했던 수입차 업체들이 ‘파격적인 배당’을 통해 국내에서 발생한 이익을 해외 본사로 유출하고 있다. 대부분 수입차 기업은 본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배당금을 가져가기 때문에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주요 수입차 브랜드 7개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순이익과 맞먹는 금액을 배당해, 이익 대부분을 본국으로 유출하는 ‘고배당’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배당성향은 최근 3년 간 최대 1263.8%에서 최소 49.7%에 달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평균 배당성향이 20%대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수치다.
배당 성향은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얼마나 지급했는지 보여주는 비율이다. 배당성향이 높으면 주주들에게 그만큼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는 의미다.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458억6300만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배당성향은 63.16%다. 2016년 배당액은 457억원, 배당성향은 52%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했지만 순이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배당액을 전년 수준과 맞추기 위해 배당성향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벤츠코리아는 다임러AG가 지분 51%, 스타오토홀딩스가 4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243억 원의 금액을 독일 법인으로 송금한 셈이다.
영국 법인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도 △2017년 146억 원(100.1%) △2016년 143억 원(102.2%) △2015년 121억 원(123.8%) 등 순이익을 고스란히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일본법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토요타자동차도 지난해에 2011~2014년에 쌓인 적자를 털어내자마자 315억 원(88.6%)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밖에 BMW코리아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네덜란드 BMW 홀딩 B.V에 2016년 370억 원(101.04%)의 배당금을 지급했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디젤엔진 배출가스 조작사태가 났던 2015년 순이익의 절반인 160억 원(49.7%)을 지분 100%를 가진 아우디 AG에 배당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해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지만 2016년 32억 원의 배당금을 스웨덴의 볼보 카 코퍼레이션에게 지급했다. 배당 성향 1263.8%를 기록, 당시 외국계 기업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았다. 포르쉐AG가 75%, 말레이시아계 화교자본 레이싱홍 그룹 계열 아펙스가 25%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 포르쉐코리아도 △2016년 34억 원(100%) △2015년 60억 원(100%) 등 순이익을 고스란히 배당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본사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반면 기부나 정비·수리 등의 서비스 투자에는 인색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산차의 경우 서비스센터 1곳당 100여 대의 차량을 수용하는 반면 수입차는 서비스센터 1곳이 5000여대의 자동차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50%에서 100%를 넘는 수입차 업체들의 배당성향은 지나치게 높은 것”이라며 “국내에서 번 돈을 정비·수리 투자 등에 재투자 하지 않는 행태가 지속되고 안전 사고들까지 발생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차에 대한 불신은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