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갑질이라도 다 같은 갑질이 아니다

입력 2018-08-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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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전승재(35·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전승재(35·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법 가운데 가장 사건 수가 많으면서도 공부하기 어려운 분야가 바로 불공정거래행위, 이른바 갑(甲)질 관련 분쟁이다. 세상에 불공정한 거래의 유형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나아가 어느 정도로 불공정해야 상도의에 반하는 수준을 넘어 법위반에 이르는가.

공정거래 전문가들조차 사안에 따라서는 불공정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게 나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 판단기준에 관하여 어느정도 공감대(consensus)가 형성되어 있는데, 불공정거래행위 유형 중 '경쟁제한성'을 요건으로 하는 것은 법위반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당사자(예: 제품의 독점공급자)가 계속적 공급계약을 종료·해지하는 분쟁은 흔히 일어난다. 본사가 어느 날 갑자기 대리점에게 "물건을 안 주겠다"고 하면 대리점으로서는 그 본사에 대한 거래의존도 만큼의 타격을 입는다. 대리점은 본사의 '거래거절'을 문제 삼을수도 있고, '불이익제공'으로 신고를 할수도 있다. 하나의 행위는 여러 유형의 불공정거래행위를 동시에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거래거절'은 '경쟁제한성'을 요건으로 하는 반면, '불이익제공'은 그렇지 않으며, 어느 행위유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합법·위법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먼저 '거래거절'은 시장에서 경쟁이 제한되어야만 위법하다고 평가된다. 여기서 어렴풋이 '갑이 상도의에 반하는 행위를 해서 을이 손해를 입었으니 경쟁이 제한되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법원이 '경쟁제한성'의 성립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대략 설명하면, '거래거절'을 당한 상대방이 도산할 지경에 처했다는 특단의 사정이 밝혀지지 않는 한 이 유형의 금지행위에 저촉될 가능성은 낮다.

이와 달리 '불이익제공'은 '경쟁제한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갑을(甲乙)관계의 존재 ▲갑의 행위의 불합리·불공정성 ▲이로 인한 을의 손해만 밝혀지면 위법하게 된다. 갑의 갑작스런 계약종료통보는 '불이익제공'의 대표적인 행위유형에 속한다.

이 때문에 갑(예: 본사)은 을(예: 대리점)과 여러 해 계속된 계약을 종료하기 위해서는 ▲그 종료사유를 계약서에 명문화해 둠으로써 을에게 예측가능성을 부여하고 ▲계약종료 사유 발생사실에 관하여 향후 다툼이 없도록 입증자료를 구비해 두고 필요 시 을에게 사전 통지하는 등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갑이 그러한 안전장치를 두지 않고 섣불리 계속적 계약을 종료했다가는 을로부터 공정위 신고를 당할 위험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참고할 사항은, 공정위는 을이 신고서에 적시한 행위유형에 기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을이 법을 잘 몰라 '거래거절'(성립요건이 까다로운 유형)만을 신고서에 썼다고 해서 갑이 안심하면 안 된다. 공정위는 신고된 사실관계에 대해 직권으로 '불이익제공'(성립요건이 완화된 유형)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고를 하는 쪽이든 신고를 당하는 쪽이든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려면, 복잡·난해한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 어느 유형과 어떤 요건에 선택과 집중을 할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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