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마찰’ 미·중, 물밑에선 기술 패권 다툼 불꽃

입력 2018-07-02 05:59 수정 2018-07-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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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미국 안보 위협

다방면에서 끊임없이 무역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물밑에선 기술 패권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 현황에 대해 심층 보도하면서 양국이 제재와 관세 맞불 등 무역 마찰에 그치지 않고 기술 분야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초강대국으로서 세계 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의 동요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건 중국의 도전이 세계를 흔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 패권 전략의 선봉에 바이두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인 바이두는 지난해 10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 밸리에 있는 자율주행차 기술 연구·개발 시설을 확장했다. 바이두의 연구 시설은 자율주행차 분야의 선두 주자인 구글 본사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떨어진 거리에 있다. 주목할 건 왕경(王勁) 등 사내에서 특히 우수한 중국인 인재 4명이 모두 중국으로 돌아가 자율주행차 벤처를 각각 창업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는 점이다. 신문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들이 모두 중국 정부의 강력한 권고를 받고 귀국해 거액의 보조금과 무상 주택 혜택 등 후한 대우를 받고 창업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과 유럽에 밀린 자율주행차 부문을 서둘러 추월하기 위해 실리콘 밸리의 유능한 인재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자율주행 관련 기술 특허는 미국의 2배가 넘는데, 이 기반을 이루는 것이 모두 바이두와 구글에서 첨단 기술을 익히고 중국으로 돌아간 엔지니어들이다.

미국 의회는 바이두가 최근 실리콘 밸리에 연구소를 확장한 목적을 “미국의 유능한 기술자와 과학자에게 접근하기 위한 것”이라고 단정짓고, “중국의 기술은 거의 전부가 미국에서 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 “선진 제조업의 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 일환으로 추진되는 산업정책 ‘중국 제조 2025’는 차세대 정보 통신과 신 에너지, 자동차 등 10개 중점 분야를 지정, 보조금 등 대대적인 지원으로 기술의 국산화를 촉진하는 게 골자다. 최종 목표는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에 세계 최고의 ‘제조 강국’이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자율주행 기술에 특히 집착하는 건 자율주행이 세계 최첨단 기술 경쟁의 상징이자 차세대 고속 통신 ‘5G’ 기술 용도의 진정한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 미국 의회의 초당파 자문기관이 작성한 대 중국 조사 보고서가 발표됐을 당시, 의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당시 보고서에 “미국은 차세대 슈퍼 컴퓨터와 상용 드론에서 중국에 뒤져 있다.”고 나왔기 때문. 이후 나온 최신 보고서에는 ‘중국의 첨단 기술의 진전’이라는 제목의 장이 추가, 미·중이 경쟁하는 9개 분야의 우열을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생명 공학 등 4개 분야 뿐,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는 중국과 비슷하고, 나머지 2개 분야는 중국이 앞서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를 정리한 캐롤린 바 솔로뮤 위원장은 “미국의 과학 기술이 중국에 침식되고 있다”고 위기감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더 초조해하는 것은 중국 하이테크 기업의 대두가 전부 국가의 지원을 받은 ‘불공정 경쟁’을 용인해 왔던 것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중심이 되어 6월 중순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인민 해방군에 의한 산업 스파이 및 사이버 공격, 외자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의 강요 등 중국의 수법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경제 침략은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혁신을 낳는 시스템을 위협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격하게 비판했다.

미국은 데이터 사회의 핵심 인프라 침투에 대한 경계심도 강하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와 ZTE 2개사가 통신망 설비에서 차지하는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5%에서 2016년에는 40% 이상으로 급성장해 스웨덴 에릭슨을 제쳤다. 5G가 본격 보급되는 2023년에는 세계 50% 이상의 인프라 망을 점유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화웨이와 ZTE 두 회사의 강점은 5G 기술뿐만 아니라 경쟁사에 비해 최대 절반 수준인 저가 공세다. 그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 일본 대형 통신사 관계자는 신문에 “통신 인프라 관련 기업이 자사가 직접 만든 통신망에서 정보를 빼내는 것은 간단하다.”며 “중국 2개사가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잡으면 세계 정보의 절반이 그들의 손에 들어간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기로 일단 결정했지만 미 의회 상원은 제재 해제를 철회하는 법안을 여야의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의회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온 배경에는 미국과 대만의 IT 대기업들의 로비 활동 외에 아시아와 남미 통신망에 중국 2개사가 침투하면 미군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적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한 보복 관세 발동을 앞두고 물밑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합의에 이르더라도 미래의 국부뿐만 아니라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하이테크 분야를 둘러싼 갈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점차 커지는 경제 마찰은 차세대 기술 패권을 둘러싼 총력전의 전초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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