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벗는 사람들]억울한 옥살이...잘못된 판결 결국 국민 부담

입력 2018-05-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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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9월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최모 씨는 "유신 독재 정권은 즉시 물러가라". "교육의 자율성과 민주성을 회복하라" 등 독재정권 타도를 주장하며 정치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유인물을 제작했다. 최 씨는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를 위반한 혐의로 붙잡혔고 1979년 5월 징역 1개월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40년 후 다시 법정에 선 최 씨는 명예를 회복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대통령긴급조치제9호 위반 혐의 재심 선고공판에서 최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유죄로 살았던 최 씨의 40년을 보상받는 길은 혐의를 벗는 무죄선고뿐일까.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로 피해 입은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손해배상 책임이 있을 때 국가가 해당 공무원을 대신해 손해를 배상한다고 규정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금된 사람이 무죄를 확정 받으면 피해자는 구금 종류, 기간, 구금기간에 입은 재산상 손실에 따라 형사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잘못된 판결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대검찰청 검찰통계시스템을 보면 형사보상금 지급 건수는 2010년도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 2010년 이전에는 200여 건에 불과하던 것이 2010년 6500여 건, 2011년 1만 4200여 건, 2012~2014년까지는 3만 건이 넘었다가 2015년 1만 4000여 건, 2016년 8700여 건, 지난해에는 7300여 건으로 나타났다. 형사보상금 지급액도 덩달아 늘어났다. 2010년 이전에는 100억 원에 못 미치던 형사보상금 지급액이 2010년부터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에는 880억 원에 달했으며 2015년에는 520억 원, 2016년 310억 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360억 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무리한 기소와 잘못된 판결이 국민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가해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는 드물다. 국가배상법은 국가가 공무원을 대신해 손해를 배상해준 경우 가해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국가가 구상(求償)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심 해당 검찰청은 가해 공무원의 사건기록을 검토한 후 소관행정청의 의견을 들어 구상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법무부가 제공한 구상권 청구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국가가 공무원을 상대로 청구한 구상권 건수는 평균 61.8건이었다. 그 가운데 실제 구상권을 행사한 경우는 8.4건에 그쳤다.

재심 전문변호사인 박준영(44ㆍ사법연수원 35기) 변호사는 "긴급조치 위반 관련 사건은 잘못된 국가 (통치의) 정점에서 발효된 거라 사건의 성질상 구상청구의 어려움이 있지만 고문이나 이런 게 확인된 사건이라면 말도 안 되는 공권력이 (행사된 사건이라면) 국가가 구상을 안 하는 게 이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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